대학 스스로 바뀔 수 있게 하라!
대학 스스로 바뀔 수 있게 하라!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3.11 2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부로 바뀌었다. 차기 교육부장관의 국회 인사 청문회보고서도 채택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조직이 출범하는 만큼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3년간 MB 정부의 교육 정책 때문에 대학가는 몸살을 앓았다. 각종 평가와 재정지원을 빌미로 대학을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마련한 선진화 정책을 수용하면 재정지원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정원 조정 등과 같은 행정력을 동원해 각종 제재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였다.

지난 정부 교육당국은 교과부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한 취업률 및 재학생 충원률, 선진화 방안 수용 정도와 같은 일률적인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압박을 가해왔다. 정부의 이런 방침 때문에 대학의 총장은 지표관리자라는 우스개가 대학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교육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교육당국의 정책처럼 강압에 의한 변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학의 자율성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며, 대학은 외압에 의해서 바뀌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스스로의 변화 의지와 변화를 위한 여건이 갖추어져야 대학은 바뀔 수 있다.

서남수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대학 정책과 관련해서 대학평가제도 개선과 지역대학 육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획일적인 평가 지표로 대학을 압박하던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울-경기 지역의 대학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있는 여타 지역의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대학 평가와 지원의 연계 가능성이다. 대학 밖에서 마련된 평가 지표와 대학 지원을 연계하면 지금까지의 타율적 변화의 틀은 바뀌지 않는다. 대학은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 운영의 방향과 원칙을 평가 지표에 맞출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자율적 발전은 요원하게 된다. 대학에 대해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육부의 평가를 치지도외할 수 없으며, 그런 이유로 타율적 변화 압력에 대한 염려를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진정으로 대학이 바뀌기 원한다면, 그리고 지역대학을 지역의 필요와 요구에 맞게 특성화하고자 한다면 지역대학의 자율적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시행을 바란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지원 방식을 제안한다.

먼저 교육당국은 대학의 변화를 위한 대학 개선자금을 지역의 거점 대학에 종자돈 방식으로 일괄적으로 지원하고, 대학은 이 자금을 토대로 지자체와 협의하여 대학의 자생적 발전 모델을 정립하고, 나아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대학의 순차적인 구조개선을 위한 종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작업이 가장 어려우므로, 각 대학의 구조개선 플랜의 폭은 구성원들의 개혁의지에 따라 조정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지역대학의 구조개선 프로그램을 정부에 제출하면 교육당국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현실적합성과 실현가능성을 진단, 평가하여 본격적인 구조개선 및 특성화 자금을 차등 지급한다. 이 단계의 평가에서는 대학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대한 구성원의 동의 정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인이 될 것이다. 이 이후에는 그 프로그램의 현실화 정도를 검토하여 계속 지원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이와 같은 지원 방식이 이전의 방식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대학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 과정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이 수용 가능한 대학 변화의 폭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실현 가능한 개혁안이 마련될 수 있다. 또한 대학 스스로 마련한 개혁안이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성 침해 시비가 사라질 수 있다.

펌프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물을 미리 부어야 한다. 한 바가지의 물을 붓는 것처럼 교과부의 대학 지원도 선투자가 필요하다. 펌프가 어느 정도 양의 지하수에 박혀 있느냐에 따라서 나오는 물의 양도 정해진다. 마찬가지로 각 대학의 변화 폭은 구성원의 의지와 동의 여부에 달려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교육부가 대학을 진정으로 바꾸길 원한다면 대학 스스로 변화의 폭과 강도를 결정하게 하도록 하자. 억지로 먹는 음식보다는 원해서 먹는 음식이 맛도 좋고 살로 가는 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