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 유감
알파걸 유감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3.03.03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지난달 초등학교 졸업식장을 다녀왔다. 노란 프리지아향이 졸업식장을 한층 빛나게 하는 것 같다.

가운데에 자리한 졸업생과 재학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축사와 시상을 해줄 내빈들이 있고 왼쪽에는 선생님들의 앉아 있는 모습이 자못 숙연했다. 남교사는 눈 씻고 찾아봐야할 정도로 반백이 넘긴 모습의 몇 분이고, 거의 여교사들이다.

요즘 학교에서 기간제교사 인턴이나 전문상담사 물론 공직사회도 여성들이 많은 자리를 한다. 사무직은 그렇다지만 노동을 하는 직업이나 농사일에도 전문성을 갖고 남자 뺨치게 일 잘하는 여성도 많다.

직장이나 학교생활이나 사회활동에서 남자보다 더 씩씩하고, 끈기와 용기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이 두드러진 엘리트여성을 자칭하는 야망을 가진 여성인 알파걸이 많다.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필요한 곳이 많아지고 능력을 인정받으니 남성들의 설자리는 고군분투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을 구태여 나누어야 할 명분도 없어지고 있다. 점차 사회적인 위치의 기울기가 변하는 것이다.

알파걸 들이 상당히 늘어나 경제적 독립이 이루어지면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노처녀들이 많다. 능력과 재력이 있고 외모 출중한 30대의 독신녀는 ‘골드미스’ 20대의 생기발랄하고 능력 있는 여성은 ‘화이트미스’ 40대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실버미스’라고 한다나. 이런 전대미문의 모모미스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경제나 사회적 안정이 주요 원인 일 것이지만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보람은 뒤로 한 채로 결혼하여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것이 귀찮고 힘들다고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골드미스 실버미스도 좋지만 세상은 어느 일방의 능력으로 움직이는 것만이 아닐 텐데 말이다.

만복의 근원은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세상의 절반은 음이고 절반은 양이다. 음양의 비율이 반반 일 때 가장 합리적이고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사회의 순환을 자연적으로 이루기 위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싶다.

알파걸이 가는 길에 골드나, 화이트나, 실버미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제우스의 세 번째 부인이고 여성의 결혼생활을 지키는 여신의 이름 헤라도 있다. 주부이면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인생의 제 2부를 새로 시작하는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중년의 여성을 의미한단다.

또, 아줌마와 신데렐라를 합성한 단어답게 멋지게 사는 중년의 여성을 줌마렐라 라고 한다. 그럼 나는 줌마렐라에 속하는 모양인데 자기표현이 분명한 알파걸에 비해 지금까지 아이들 표현처럼 찌질하게는 살아오지 않았는지 나 자신에게 궁금해진다.

알파걸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게다. 이들에게서 가지고 있는 끝없는 열정과 자신감과 당당함이 부럽다. “지금 내가 너희들 나이라면 못할게 없다”고 후배들에게 구차한 변명만 내뱉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이제라도 늦을게 뭐있는가. 알파 걸 축에 한번 껴보도록 노력은 해 봐야지 않겠는가?  

마흔 가까이에 얻은 친구의 딸 졸업식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친구는 늙어 가는데 저 녀석은 언제 커서 학교졸업하고 사회생활하고 시집보낼까 좀 더 일찍 서둘렀다면 하는 생각을 했다.

알파걸 미스여러분! 오늘부터라도 프리지아 꽃향기를 살포시 안겨줄 그런 연인을 찾으러 어느 작은 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기다려보심은 어떠신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