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할아버지 나라 배우러 왔어요"
"독립운동가 할아버지 나라 배우러 왔어요"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02.27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천택 선생 증손녀 아자리아 임씨
“할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대한민국 땅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요. 앞으로 4년간 한국의 경제, 문화, 과학 등 놀라운 발전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배우고 싶어요.”

제94주년 3·1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였던 증조 할아버지 조국의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학생이 있다.

27일 한남대학교에 따르면 다음달 4일 영어전용 특성화 단과대학 린튼글로벌칼리지에서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전공할 예정인 쿠바의 아자리아 임(Azaria Lim·20) 씨이다.

임씨는 전날 대전에 도착했는데 증조부가 일제 강점기 때 쿠바 이주 1세대로 독립운동단체인 대한민국민회 쿠바 지방회를 설립해 민족혼을 일깨우고 김구 선생을 도와 항일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 고 임천택(1903~1988) 선생이다.

정부는 쿠바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애국정신을 기려 지난 1997년 사회주의 국적(적성국)으로는 최초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고 유해를 대전 현충원에 안장했다.

임 선생의 독립운동은 백범 김구선생 일지에 기록돼 있고 그의 애국충정은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조명됐다.

아자리아씨가 한국에 유학을 온 것은 한남대 정명기 중국통상학과 교수와의 만남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난 2011년 쿠바를 방문한 정 교수는 당시 현지 교포 제자로부터 임 선생 가문 후손에 관한 얘기를 듣고 아자리아씨의 유학을 도왔다.

1년여 준비 끝에 2013학년도 수시모집 외국인 전형으로 합격한 아자리아씨가 한국 땅을 밟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우리나라에 유학을 온다는 자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개월에 걸친 서류증명과 까다로운 심사 끝에 다행히도 양국 정부가 증조부의 여러 공적을 인정해 한국 유학을 허가했고 아자리아씨는 쿠바 한인협회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한글을 익힐 수 있었다.

졸업후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 그는 “요즘 쿠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가수 ‘싸이’ 열풍이 대단해 한국문화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앞서 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쿠바에 돌아가면 한국문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