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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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 승인 2013.02.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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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따뜻한 봄날에 뛰어놀던 유치원, 떠나가게 되었네. 사랑하는 유치원 ’

작은 천사들의 맑은 목소리에 목이 멘다.

졸업하는 것은 유아들인데 왜 눈물이 흐를까? 이순을 넘긴 사람이 그런 감정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유아들이지만 졸업의 느낌은 다른 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유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울 뿐이다.

며칠 전 우리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다.

3년 전 유치원에 입학하여 생활하며 언제 긴 날들이 지나갔는지 어느덧 졸업을 하게 되었다.

입학할 때 처음 부모와 떨어져 서글피 울던 아기도 이제 어엿한 초등학교 예비입학생이 되어 유치원을 떠난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답사를 읽으며 의젓해진 아이들의 모습에 가족들과 교사는 연신 감동이다.

어린 새순이 잎이 진해져 야물어졌다. “원장 선생님 보고 싶으면 놀러 올게요.” 내게 안기는 따뜻한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내가 졸업을 여러 번 했지만 가장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초등학교 졸업식이다. 초등학교 졸업하던 날은, 전날 밤 내린 많은 눈으로 큰 운동장이 온통 하얀 들 같았다. 흙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신발이 덮일 정도로 눈이 내렸다. 졸업식이 끝나자 하얀 운동장에 선생님과 5학년 동생들이 식장 앞부터 양쪽으로 길게 교문앞 까지 서서 박수를 쳐 주었다. 그 사이를 졸업장을 들고 축하를 받으며 지나간 것이 엊그제 같다. 그 때는 눈물도 흘리지 않고 좀 쑥스러운 마음만 들었다. 담임선생님만 눈자위가 벌겋게 되었다. 선생님은 왜 우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그 당시의 선생님과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

오래전 아기들에게 졸업 노래를 가르칠 때이다. 노랫말을 먼저 하다 내 감정에 빠져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기들은 금세 “선생님 왜 우세요?”라며 묻는다. 나는 궁핍한 대답을 했다. “눈에 티가 들어가서”라고. 그 생활도 지난날 추억의 한 자락이 되었다.

나도 오는 8월이면 정년이다. 교직의 졸업이다. 40년 가까이 아침마다 출근했던 배움터를 떠나게 된다. 그것을 생각하니 천사들의 마지막 졸업식이 더 의미가 깊었다.

생각할수록 아기들과의 지난날들이 봄날의 화사한 영상처럼 정겹게 스쳐간다. 연민의 정이 남아 있음인지, 아니면 졸업식 노랫말에 서글픔이 밀려온 것인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식이 끝나자마자 사무실로 들어와 손수건을 꺼냈다. 아기천사들과 학부형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 피었지만 그들과 채 이별의 인사도 없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았다.

졸업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유치원을 아기들이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나도 머지않아 인생의 이모작을 시작해야한다. 유아들은 짜인 교육과정에 따라 생활하지만, 내 삶은 스스로 계획하여 가꾸어가야 한다.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호기심도 생기고 설렘 가운데 기대도 된다. 3월이 되면 졸업한 유아들의 빈자리에 귀여운 아기천사들이 들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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