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부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2.20 2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읽는 세상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결혼=사랑=부부의 등식은 얼마나 유효한 방정식일까요. 시인의 시처럼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도 걷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보폭을 맞추고, 속도를 맞추고, 키를 맞추고, 한 걸음 한걸음 서로를 낮추며 걷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둘이 맞잡은 ‘상’.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그러나 그에게는 가장 먼 ‘상’의 모서리부터 부부라는 이름의 책임과 믿음을 차근차근 채워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