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한 쌍
지팡이 한 쌍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3.02.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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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지팡이는 힘든 길을 갈 때 의지의 수단이 될 수 있어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나 힘이 없는 분들이 많이 사용한다.

옛날에는 주로 나무를 곱게 깎아서 만들어 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기계화로 티타늄, 알루미늄, 카본 등의 금속에 모양도 예쁘고 편리성을 더하여 아주 가볍게 만들어졌다.

지팡이는 이제 등이 굽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허리를 굽히고 집고 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하던 도구가 아니라 용도도 달라져 스틱이란 이름으로 오히려 등산을 할 때 남녀노소가 으레 가지고 다니며 안전을 도모하고 힘을 덜 들게 하는 도구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틱을 들고 다니면 힘을 20-30% 는 절약시켜 준다 하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도구가 아닐 수 없다.

남편은 얼마 전부터 내게 지팡이를 살 것을 권했다. 아직은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산을 오를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쇼핑을 함께 하러 간 날 지팡이 한 쌍을 사서 내게 주어 별 로 달갑지 않게 지팡이를 받았다.

눈이 살짝 산야를 덮은 겨울 어느 날 지팡이를 들려주며 구룡산에 가자는 남편을 따라 함께 산을 오르는 데 양쪽 손에 들려준 지팡이가 거추장스럽고 할머니가 된 것 같아 오히려 불편한 것 같았다.

그런데 산을 올라 갈수록 의지가 되고 혹시 넘어져서 다치면 골절이 될까 걱정이 되었는데 지팡이를 양손에 들고 오르니 마음이 안정되어 편안하게 오를 수 있었다.

골다공증이 일찍 와서 산을 오를 때마다 무척 조심을 하며 걱정이 되었는데 자신이 생겨 꼭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옆에서 걷던 남편도 행여 넘어질까 걱정하는 마음이 덜어진 것 같아 은근히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언젠가 지리산을 등반하다 넘어져 팔목 골절로 나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하느라 무척 고생을 했기에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이제 나이 들어 넘어져 다치면 큰일이기에 더욱 조심을 하는데 지팡이는 내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젊었을 때의 자신감과 자만심은 나이 들면 차츰 줄어든다. 산을 내려오면서 홀로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는 이기심에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며 나도 누군가를 위해 힘이 되는 지팡이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이 내게 지팡이를 내밀며 걱정 해주듯 나도 남편을 위한 마음의 지팡이가 되어 그가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그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의지가 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준비하리라.

직장을 핑계로 어머니를 집에 모시지 못하고 요양원에 모셨을 때 열심히 간호를 해주던 요양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항상 친절한 말씨와 웃음으로 어머니를 깨끗하게 해드리고 아기처럼 돌봐주던 그 분들은 우리 어머니가 믿고 의지하시며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 주었다.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그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나도 지팡이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를 내밀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열심히 찾아보고 실천해 보리라.

민중의 지팡이란 말이 자꾸 되뇌어지는 지팡이 한 쌍이 나를 향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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