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대학정책에 관한 제언
인수위의 대학정책에 관한 제언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2.1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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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지난 3년여 동안 국내 대학은 교과부의 대학 정책 때문에 몸살을 앓아 왔다. MB 정권 초기 대학 정책의 화두는 자율화였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에 대폭적인 자율권을 부여하며, 대학 자체의 책임경영과 자생적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 자유를 주되 대학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알아서 변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MB 정권 초기의 대학 자율화 정책에 대학의 구성원들은 일말의 희망을 갖기도 했다.

이 같은 방향에 맞춰서 교과부는 대학들로부터 자율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 받았고, 대학들은 열심히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헌법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이 확보될 수 있겠다는 희망 섞인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정권 중반기 이후부터 이와 같은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자유라는 당근보다 책무라는 채찍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각종 정책이 시행되었던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부실대학과 구조조정 지정대학, 곧 나쁜 대학을 선정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구조 개혁안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였다.

정부가 요구하는 구조 개혁안은 교과부에서 기존에 마련해왔던 대학 선진화 방안이 근간이 되었다. 이 방안에는 학장 공모제, 교원 성과연봉제, 총장 직선제 폐지 등과 같은 타율적 개혁안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이와 같은 안들을 수용하면 기왕에 지정된 부실대학 명단에서 제외시켜줄 뿐만 아니라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압력을 행사하였다.

전국의 대학, 특히 국립대학에서는 교수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성과연봉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대학이 감수해야 할 각종 불이익 때문에 총장 직선제 폐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대학 측과 대학 자율화의 상징이기 때문에 폐지할 수 없다는 교수들의 대립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대립과 갈등은 결국 교과부의 의도대로 결말이 났다. 대학의 주요 사안들이 자생적 발전 모델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율적 정부의 외압에 의해 결정되었던 것이다. MB 정권 초기의 대학자율화라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인수위가 대학 정책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한다. 아직 시안이 나오지 않아 대학 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 몹시 궁금하다. 고등교육 예산을 GDP 대비 1%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새 정부의 공약이고, 지역대학 육성을 위해 2-3조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향을 잡은 것을 보면 일단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그러나 인수위의 대학 정책에 관한 입장을 살펴보면 이 같은 기대가 또 다시 꺾이지 않을까 염려된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대학의 재정 지원확대와 아울러 반드시 대학의 책무성과 회계 투명성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당선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투입한 만큼 효율적이고도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돈이 줄줄 새는 곳에 무작정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재정지원을 빌미로 외압에 시달려 온 대학으로서는 더 큰 돈이 투입되면 더 큰 외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더구나 반값 등록금 때문에 재정적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재정지원과 연계된 외압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으니 염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학의 책무성과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 당선자의 명이니 인수위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구체적 방안이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 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몇몇 사람이 탁상에서 대학의 명운을 좌우할 방안을 만들어 대학에 강요하는 방식을 택하지 말아달라고 인수위에 제안하고 싶다. 대학과 함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대학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수립해 달라는 말이다. 대학은 대학 현장과 무관한 정부의 정책 때문에 겪었던 지난 3년여의 혼란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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