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주는 지혜
경험이 주는 지혜
  • 이용길 <시인>
  • 승인 2013.02.1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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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용길 <시인>

회색빛 하늘이 내 머리위로 낮게 깔린다. 겨울 하늘을 바라보며 음성천 길을 걷는다.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져도 찬바람에 손과 목덜미가 시리고 코끝이 아려도 한적하다. 해내림의 하늘은 시리고 축 처진 등을 토닥여 주고 속없이 일찍 나온 달은 해벌쩍 나를 보고 웃는 듯 하다.

사는 일이 고단할 때엔 홀로 걸어보는 것도 좋다. 발길을 잠시 멈추고 바위에 앉은 새를 본다. 새들은 가는 시간을 입에 물고 있는지 나이가 들어 보이질 않는다.

사람도 나이만큼 생각하고 경험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각적인 것을 너무 강조하며 과대평가하여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감각능력의 대부분을 시력에 의존하는 데 길들여졌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보이는 것만이 확실하다 생각하고 살아왔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유일한 것들일진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가 아닐까

어찌 보면 보이는 웃음이나 훌륭한 외모 보다는 보이지 않는 교양의 깊이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더욱 중요하고, 보이는 아름다움 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깊고도 넓은 지성과 감성이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움에 너무 무거운 가치를 두게 되고, 그럼에도 주름진 얼굴보다는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더 좋아하게 되느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이 먹어 늙어가는 자신을 바라본다면 가치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이 먹는다는 것은 젊음 사람보다도, 총명한 사람보다도 지혜가 많다고는 하나, 즐거움 보다는 허전하고 서글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젊음의 아름다움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더 좋은 지혜라는 것을 얻는다는 것 아니던가.

나이를 쌓아가면서 생겨나는 경험의 지혜는 오랜 세월을 거쳐 축적된 것이다. 자신이 이룩해 놓은 것이라고는 쌓아온 나이밖에 없을지라도 그 나이야 말로 바로 경험의 축적이 아닌가. 경험이 많다는 것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재산일 것이다. 나이 먹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긴 하지만 경험이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재산이며 축복일 수밖에 없다.

계획단계에서 판단과 결정하기까지는 과거의 경험이 다양하고 많을수록 유리하다. 물론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현대의 모든 것이 축적되어 온 이 시대와 미래에서는 과거라는 경험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험 없이는 시행착오 과정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탐색과 자기 형성의 시행착오 과정으로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가장 자기적인, 자기만의 것을 소유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지식은 경험이 없어도 얻어질 수 있으나 지혜는 경험하지 않고 어찌 얻을 수 있으랴. 나이를 쌓아 간다는 것은 어느 가슴 갈피 한쪽 서늘해지고 슬픈 일이긴 하지만 성급하지 않고 침착한 생활로 삶을 아름답게 영위할 수 있다는 여유로움이기도 하다. 실수로 결과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되니 이 아니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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