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와 사회 지도층의 자격
병역의무와 사회 지도층의 자격
  • 김훈일 <문의성당 요한 주임 신부>
  • 승인 2013.02.1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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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훈일 <문의성당 요한 주임 신부>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애국자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애국심이 얼마나 강한지는 우선 국가 공동체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서 부여된 국민의 의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보면 된다. 이러한 국민의 의무 중에서도 나라를 수호하는 국방의 의무는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군대를 보유하고 있고, 이 군대를 운영하는 인적 구성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병역제도를 두고 있다.

병역제도는 크게 의무병제와 지원병제로 나눠진다. 의무병제는 국가는 국민 모두가 수호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 징병제와 민병제로 나눠진다. 징병제는 강제병역제도의 하나로 징집당사자의 의사에 관계 없이 강제징집하여 군무에 종사하게 하는 제도이고, 민병제는 평소에는 자유로이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 소집되어 입대하는 정규군으로 매년 단기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것이다. 지원병제는 자유병제라고도 하며,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국가와 계약에 의하여 병역에 복무하는 제도로 직업군인제, 모병제, 용병제가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헌법과 법률로 18세 이상의 남성은 모두 일정한 기간 국방의 의무를 져야하는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의 의무가 잘 수행되려면 병역제도가 잘 시행돼야 한다. 국민이 국가와 공동체의 안녕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국방의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때 나라는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유사시에 자신의 목숨과 자녀들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국방의 의무는 애국심이 없다면 유지될 수 없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자발적 애국심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 왕실은 특권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 중에 군복무에 대해 충실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삼촌인 켄트 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부대를 시찰하고 돌아오다 목숨을 잃었고, 여왕도 2차 대전 때 영국 여자국방군에 입대해 소위로 복무하면 군용 트럭을 몰았다. 앤드루 왕자는 1980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헬기 조종사로 전장에 참여했고, 윌리엄 왕자는 영국 공군에서 헬기 조종사 훈련을 받았으며, 해리 왕자는 아프카니스탄에서 10주 동안 복무했다. 이렇게 사회지도층의 모범적인 애국심은 국민에게 국가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국방의 의무를 보면 부끄러워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군 문제로 공분을 산 공인들이 우리 사회엔 적지 않다. 더러는 고의로 신체를 훼손하거나 서류 조작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군 면제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도 해마다 수천 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외국에 유학을 나간 부유층과 권력층 자녀들이다. 또한 연평도 포격 때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부분의 정부요인들이 군 면제자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복무도 하지 않은 이들이 국가 안보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국민적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군 면제율이 일반인은 6%대, 재력가와 권력층 집안은 무려 33%대라는 자료가 증명하듯 국방의 의무는 힘없는 서민의 몫이 된다면 참 슬픈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에는 내 민족을 사랑하고 국가를 수호하고자 기꺼이 애국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심지어 국방의 의무가 없는 교포2세와 3세들도 병역을 이행하고자 고국을 찾는다. 지난 5년 동안 이런 애국자들이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다. 이번 정부에서는 애국자들 특히 국가를 위해서 자신과 자녀들이 기꺼이 군 복무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정부를 이끌어 갔으면 한다. 새 내각의 중요 인선에 오른 이들이 벌써 자신과 자녀들의 병역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남성들이 젊은 청춘을 희생하며 국가를 위해 충성할 때 자신의 출세와 안위를 위해서 처세를 한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어 가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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