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2.13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읽는 세상
이상국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는
한겨울에 뿌리를 얼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바위에 틈을 낸다고 한다
바위도 물을 받아주거나
살을 파고드는 아픔을 견디며
몸을 내주었던 것이다
치열한 삶이다
아름다운 생이다

나는 지난겨울 한 무리의 철거민들이
용산에 언 뿌리를 내리려다가
불에 타 죽는 걸 보았다
바위도 나무에게 틈을 내주는데
사람들은 사람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다




※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일만도 아닙니다. 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면 될 일을. 가진 사람이 먼저 베풀고,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먼저 사랑하면 될 일입니다.
곁을 주는 틈이 각박한 현실에선 빼앗김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내어준다는 것을 낯설게 합니다. 천년 풍상에나 깎일 바위도 실같은 생명에게 틈을 주고 있는데, 사람들은 꽁꽁 얼어붙어 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