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만나러 갑니다"… 늘어난 역귀성
"자식 만나러 갑니다"… 늘어난 역귀성
  • 천영준 기자
  • 승인 2013.02.07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라진 설 풍속도
설 풍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최근 명절은 역귀성과 여행, 선물·안부전화 등이 특징이다. 심지어 화상전화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유난히 짧은 설 연휴가 한몫했다. 2018년까지 매년 설과 추석 연휴 중 한번은 일요일이 낀 짧은 명절이다. 연휴가 짧아지면서 명절 풍경을 뒤흔들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훈훈한 정은 아직도 그대로다. 예전부터 내려오던 명절 풍습은 버려도 가족들 간에 정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설 풍속도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요즘엔 부모가 자녀를 찾아 서울로 올라가는 ‘역귀성’이 자연스러워졌다. 가족끼리 차례를 지내는 설 명절을 고집하지 않는 가정이 많아지면서다.

실제 청주에 사는 이모씨(70·여)는 몇 해 전부터 명절 때가 되면 서울을 간다. 자식들이 모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 역귀성을 하게 됐다.

이씨는 아들 내외가 좋아하는 밑반찬부터 차례상에 올릴 제수 음식까지 직접 챙겨가곤 한다.

이씨는 “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뜬 뒤부터는 명절이면 서울에 간다”며 “힘들게 일하는 자식들이 명절 때면 ‘귀성 전쟁’을 하면서 고향에 오는 것이 안타까워 자식들의 만류에도 내가 매년 서울에 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계시는 고향을 찾는 전통적인 명절의 의미보다 연휴에 더 무게를 싣는 가정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자영업을 하는 박모씨(40)는 이번 설에 태국으로 학원 강사인 부인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부의 금실도 돈독히 하고 충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박씨는 올 추석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박씨처럼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늘고 있다. 하지만 명절이 길지 않아 해외여행보다는 잠깐 레저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국내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예 귀성길에 오르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한다. 연휴가 짧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고향이나 시댁 방문을 꺼리는 미혼 남녀 및 주부들에게 짧은 설은 좋은 핑계거리가 되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주부 최모씨(36)는 “회사 사정상 휴일이 하루 줄어 전남 고성의 시댁에 내려갈 수 없게 됐다. 시부모님이 오해하실까 걱정”이라면서도 ‘명절 증후군’에서 해방될 수 있어 내심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선물로 대신하면서 설을 앞두고 배송전쟁이 벌어졌다. 택배·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기간 택배 물량은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역대 최대 물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짧은 연휴 탓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선물을 보내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설 연휴전인 6일까지 각 택배업체들은 하루 최대 100만 박스의 선물을 접수 받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재충전이나 휴식을 취하려는 ‘방콕족’도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가 인근 비디오가게나 치킨, 피자점은 보기 드문 ‘명절 특수’에 기대가 부풀어 있다. 극장가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설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시대적 흐름과 가정,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설날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설은 가족과 친지 간 우애와 화목을 꾀하고 새해 첫 출발을 위해 새롭게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여전히 크고 소중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