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정치의 무풍지대로 만들자
교육을 정치의 무풍지대로 만들자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2.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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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대선 당일, 대통령 선출과 아울러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대선은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정치가 보수 진보로 갈라진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야 그렇다고 하지만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진보 후보가 격돌하였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였지만 그보다 앞서 2010년의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국에서 보수-진보 후보로 나뉘어 선거가 진행되었다. 정치뿐만 아니라 교육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수장 자리를 놓고 싸운 것이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초중등 학생에게 특정의 이념을 강요하거나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육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 인재 양성을 표방하는 교육은 특정의 이념이나 정파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교육감은 그 지역 초중등 교육의 수장이다.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것은 어느 모로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기관의 수장이 대변해야 할 것은 정파의 이념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그리고 지역과 국가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특정의 이념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 하더라도 교육현장이 정치나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우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서 초중등 교육 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는데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보는 것처럼 학생인권 조례의 존속과 폐지를 놓고 양 진영은 대립각을 세워왔고,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의 존속과 축소를 놓고 갈등을 해왔으며, 무상급식의 경우도 확대와 현행 규모 유지를 놓고 정책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정파의 이념에 따라 결정되는 정책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겪는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가 있다면 학부모들은 기를 쓰고 자녀들을 그 학교로 보내기 위해 안간 힘을 쓸 것이며, 없어지는 경우에는 자녀 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와 학칙 사이의 긴장관계 때문에 교육현장에서는 혼란이 지속되어 왔다. 무상급식의 경우도 부모들이 도시락의 준비여부와 연관된 아주 실질적인 고민과 직접 맞닿아 있다. 교육의 정치 종속성 때문에 우리의 부모들과 학생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육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며,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나 이념 때문에 4-5년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우리 부모들은 혼란을 겪어 왔다. 우리의 입시제도는 너무나 변화무쌍해서 교육당국자도 그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기 어려우며, 교육의 공공성과 수월성에 관한 논쟁 때문에 중등교육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도 어느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변화 압력 강도와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생적인 대학발전모델을 구축하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되고 말았다.

차기 정권의 인수위가 가동 중에 있다. 인수위에 교육을 정치의 무풍지대로 만들어 달라는 건의를 하고 싶다. 초중등 교육은 물론이고 각종 대학업무를 놓고 부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줄다리기를 보고 있자면 조마조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파나 이념에 따른 정책결정이 가져올 교육현장의 혼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학이 어느 부서로 갈 것인지 그리고 산학협력과 연관된 연구지원 재정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 따라서 대학이 겪어야 할 혼란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대학의 강의 수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구호로 등장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대학의 교육 투자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교육은 진보나 보수의 이념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에 따라서 시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좌우 이념대립을 넘어선,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안정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는 불안하게 살았더라도 우리 아이들만은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교육이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이라면, 교육제도와 정책 또한 100년 후 까지도 의미와 가치 그리고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정파와 이념적 이해관계를 떠나, 보편적이고도 미래지향적 토대위에서 기획되고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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