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기독교 유감
안티 기독교 유감
  •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 승인 2013.02.0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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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어언 128년이 됩니다. 그동안 기독교가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공헌한 것이 참 많습니다. 한글 성경을 보급해, 언문이라고 배척하며 외면하던 한글이 자랑스러운 우리글이요, 모든 백성이 널리 사용하도록 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양반 제도와 가부장 문화에 억눌린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 땅에 파송 받은 많은 선교사가 자신의 활동 지역마다 학교를 세워 일제 치하의 암울한 시대에 조국의 앞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키웠습니다. 자신을 파송해 준 나라에서 모금 활동을 하여 가난과 전염병으로 신음하던 이 나라에 근대식 병원을 세워 질병으로 고통당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주었습니다. 고아원을 설립해 버림받은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도록 돌보아 주었습니다. 서슬 퍼런 군사 독재 시절에는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하여 오랫동안 기도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도 한국의 근 현대사에 기독교가 끼친 영향은 실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비난과 비판의 소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는 공공연하게 안티기독교를 표방하며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회가 지나간 과거의 신앙의 선배들이 보여준 참된 신앙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가 부흥하고 사람들이 많아지고 힘이 생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에 대하여 잘못 알거나 오해하여 안티기독교에 편승하고 교회를 비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교회가 마치 천국이요,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천사들과 같은 자들이요, 모두가 의롭고 거룩한 성인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회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고 교회를 좋게 보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루마니아가 공산 정권 치하에 있을 때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14년 동안 지하 감옥살이를 하며 ‘하나님의 지하운동’이란 책을 쓴 리처드 범브란트 목사님이 있습니다. 이분이 한국을 방문하게 됐을 때, 일행들과 함께 어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옆자리에 외국인이 앉은 것을 보고 범브란트 목사님이 인사를 겸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예, 나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살고 있는데 지금은 부산에 에스컬레이터 기사로 와 있습니다”

“오호, 크라이스트처치에 사신다구요? 그럼 교인이십니까?”

“나는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났고, 아내는 영국 성공회 교인으로 태어났지만 우리는 교회에 나가지 않습니다”

이에 목사님이 “왜요?” 하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교회에는 위선자들이 꽉 차 있기 때문입니다. 전 그런 사람들이 싫습니다” 그러자 범브란트 목사님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래요? 나는 교회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좋던데…. 나도 위선자 중 한 사람인데, 교회에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내가 불편해서 어디 좋겠습니까?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서 교회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좋습디다”

교회는 부족한 이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고 죄인 된 자신이 거룩해지고 의로워지기를 바라면서 꿈틀대는 곳입니다. 교회 안에 있는 교인들은 도상(途上)에 있는 존재요 여전히 공사 중인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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