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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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한 자락
윤승범 시인

옛날 옛날에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저 멀리 아프리카 소말리아 근처의 먼 바다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그런데 그 나라는 각 군벌의 세력이 나뉘어서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했단다. 그래서 어느 한 군부의 적당에게 그 원양어선이 잡혔다. 잡힌 선원은 모두 25명이었단다.

나라에서는 억류된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성들은 그 말을 믿었다.

왜 백성의 백성된 도리는 나라를 믿고 그 의무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 도리에 충실했다. 그 와중에 선거도 치렀다. 그리고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도 봤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그 배의 이름도, 선원의 억류도 잊었다. 의례히 해결 되었을 줄 알고 있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분들은 단지 백성을 위해 존재하고 그 녹봉을 먹으며 사는 분들이니 그 직분에 충실하고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혹은 생업에 바빠서, 내 일이 아니라서 잊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일은 잘 풀렸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나라에서 쉬쉬한 그 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선원들은 아직 억류되어 있었고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는 단 한 번도 그 지역에 가서 협상을 해 본 일도 없다고 했다.

검은 머리의 선원은 하얀 백발이 돼서 감금되어 있었다. 그 사연을 밝혀낸 것은 나라도 아니고 관리도 아니고 한 민간인 PD였다. 그 해적 군부는 말했다. 동남아의 다른 나라 배 몇 척도 억류했었다. 그러나 곧 돈을 받고 풀어 줬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직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단다.

그런 나라를 믿고 세계 곳곳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를 위해 일을 했던 억류된 선원들은 남루한 옷을 걸치고 짠지에 맨밥을 먹으면서 아직도 잘 살고 있다는 그런 옛날 이야기다.

옛날 언제적 이야기냐고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2006년 4월의 이야기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 자기네들이 그 땅을 다 차지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목은 자기네 병사 두 명을 억류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정도의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보복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분명 아니다. 국민과 국가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국민은 단지 국가를 위해 희생당하는 나라라면 분명 심각한 문제다.

'아들아.
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
네가 언제나 한 몸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 - 정희성 - '아버님 말씀 중에서'

그래. 우리의 이웃은 가난하지만 떳떳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만이 내 나라이다. 가난해도 좋다. 백성된 대접을 받으며 살고 싶다.

-첨언 - 이 이야기를 쓰는 오늘 억류된 동원호 선원들이 풀려났다. 늦으나마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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