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누출 사고의 교훈
불산 누출 사고의 교훈
  • 조성렬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박사>
  • 승인 2013.01.29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조성렬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박사>

2012년 9월 구미에서 불산유출 사고가 있었고, 2013년 1월에는 청주에서 불산용액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로 인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불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걱정도 많다. 이들 사고의 원인, 피해 상황을 통해 유독물질의 누출사고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 불소와 불산

일상 생활에서 불소는 충치예방 효과를 위해 치약에 첨가돼 널리 이용된다. 불소수지(테플론)는 열에 잘 견디기 때문에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코팅되기도 하며, 모든 화학약품에 대해 내구성이 있고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불산은 이들 산업용품을 제조하는 원료로 이용된다. 유리표면 가공, 반도체 산업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불산은 ‘불화수소산(Hydrofluoric acid)’의 약자다. 불소가 수소와 결합해 물에 녹아있는 상태이다. 불소는 가장 강력한 산화제로 순수한 불소는 헬륨과 네온을 제외한 모든 원소와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산은 부식성이 매우커서 금속용기나 유리용기에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폴리에틸렌이나 PVC용기에 저장해야 한다. 불산 원액을 섭취하면 치명적이며, 피부 접촉의 경우에는 심한 화상을 입게 된다. 눈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실명의 위험이 있다.

불화수소산이 기화되면 불화수소가 되는데, 불화수소는 끓는점이 19.5℃이기 때문에 실온에서 불산은 불화수소로 쉽게 기화된다. 불화수소는 매우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가스다. 부식성이 강해 흡입, 섭취, 피부 흡수 시 유독하거나 매우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취급시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화학약품이다.

◇ 사고의 원인과 피해

구미 불산유출과 청주 불산용액 누출 사고의 원인은 근로자의 단순 실수였다. 구미 불산유출 사고는 작업자가 밸브를 잠그지 않고 작업을 한 것이 원인이다. 청주 불산누출 사고는 근로자가 넘어지면서 불산용액 탱크의 PVC배관을 타격해 배관이 파손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피해 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구미 사고는 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했으며, 1만5000명 정도의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주변 농작물이 고사하는 등 재산상 피해도 수백억에 달했다. 반면 청주 사고는 작업자 1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환경 중으로의 확산은 거의 없고, 피해 규모는 폐수처리 비용 등 1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피해 규모의 차이는 불산의 농도가 구미는 원액(99.7%)이었으나 청주는 희석액(8%)이란 점이다. 사고발생 장소가 실외와 실내였던 차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방호복과 방독면 등의 안전장구 착용 여부와 초기 대응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구미 사고에서는 방호복과 방독면 등의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던 중 밸브 작동의 실수로 인해 불산가스가 누출돼 초기 대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방비상태에서 환경 중으로 확산이 돼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

반면에 청주 사고는 작업자가 안전장구를 착용해 인명 피해가 경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내에서 누출된 불산용액을 신속하게 폐액탱크와 폐수처리장으로 유입시켜 격리하고, 실내 공기 중으로 확산된 불화수소는 대기정화 장치를 거쳐 배출됨으로써 주변 환경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장구의 착용과 초기대응 능력은 위 사례에서 보듯이 추가 피해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구미와 청주의 불산유출 사고가 유해화학 물질의 관리 체계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이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