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담배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3.01.2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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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선생님! 어떻게 해야 담배를 줄일 수 있을까요?”

“흡연을 하면 니코틴 성분에 의해 마약 중독과 같은 증상이 생긴단다. 지속적으로 니코틴을 몸속에 공급해주지 않으면 머리도 아프고, 불안하고, 초조하여 금단현상이 일어나게 돼. 그러면 너희는 학교수업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니?”

왜 찾아왔는지 뻔히 알면서 나는 또 장황하게 잔소리를 내놓는다. 아이들은 상담실에 와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하며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더러 영악한 아이도 있지만 대체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이다. 그들은 사실 당장은 끊지 못한다고 말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한다.

대부분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흡연을 시작한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쉬는 시간 화장실에서, 점심시간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들켜 혼 구멍 이 나는 건 다반사다.  

학교에서는 일 년에 몇 차례 금연교육을 시키고 심한 아이들은 보건소에서 금연침도 맞는다. 귀에 침을 놓는 이침 요법은 압정 모양의 침을 꽂는다.

담배 생각이 날 때 수시로 눌러 자극을 주면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고 담배 맛이 변화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완전한 금연에 도달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친정집은 담배농사를 많이 지었다. 사월에 포트 모종을 심어 여름에 잎을 딴다.

친정엄마는 일꾼들에게 줄 감자 넣은 미역 죽을 꼭두새벽부터 끓이셨다. 건조실에 고동 불을 지피고 나면 석탄을 이겨 넣어 붉게 타는 불구덩이 위에는 옥수수가 수염 째 익어갔다.

아버지는 졸림을 참고 며칠을 밤샘하며 불 관리를 하셔야 했다. 한쪽 벽에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손바닥만 한 유리에 온도계를 달아놓고 석탄불 조절을 하면 새끼줄에 꼬여진 시퍼런 담배 이파리가 높은 온도에 의해 숨이 죽으며 노랗게 말려진다.

뜨거워서 위험한 곳,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그곳은 아버지만의 공간이었다.

나는 구운 옥수수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했지만, 담배를 따는 날이면 지독한 냄새에 두통에 구토까지 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한여름 건조실의 담배 찌는 냄새가 구수하다고 표현하셨다. 하지만 한해 담배 농사가 목돈이 되어 수십 년간 지으셨으니 오죽이나 건강을 해치셨을까 싶다.

담뱃값 인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담뱃값을 올리면 금연하는 이들이 많아질까?

어떤 이는 담배를 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피우는 것이 더 났다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이미 중·고등학생 때 많이 피워 지금은 담배 냄새도 맡기 싫다는 이도 있다. 물론 상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 중에도 초등학교 때 벌써 흡연을 경험한 애들이 많다.

한해 담배농사로 큰 소득을 올려 자식 공부시키고, 또 한해 농사지어 결혼시키고, 집안 경제에 많은 부분을 감당했던 담배농사.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환영받지 못하는 지금에도 내가 담배를 아주 싫어하지만은 않는 이유다.

물론 피우지는 못하지만, 오가는 길가에 담배 밭이 눈에 띄면 옛 생각이 나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백해무익한 흡연도 담뱃값 인상이 되면 상담실에서 이야기하는 철부지들의 고민도 해결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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