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
말(言)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3.01.2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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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어릴 적 내 꿈은 아나운서였다.

부모님께서 좋은 목소리를 물려 주셔서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선생님께서 써주신 시나리오를 보며 운동회 방송을 맡았고,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는 선생님으로부터 책 읽는 목소리가 예쁘고 유창하다는 칭찬도 들었으니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내 꿈은 더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교사가 되었기에 아나운서는 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나의 목소리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상대방과의 소통으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삶이 지속되고 한 나라의 역사를 이루어 내는 데도 큰 몫을 차지한다.

태어나 두 살이 되기 전부터 말을 배우기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자유 의지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고 상호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은 행복한 일이지만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무책임하게 한 말이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고 불행에 빠뜨릴 수도 있으며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처럼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을 어려움에서 살릴 수도 있으니 말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말 보다 침묵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사람의 얼굴 모습이 다른 것처럼 목소리나 말투가 모두 다르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부담이 되는 사람, 너무 작아서 답답한 사람, 너무 빠른 사람, 느린 사람, 등 각기 개성이 있어 말을 통하여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품 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TV 토론을 진지하게 시청하였다. 토론자들은 박사, 평론가. 정치가, 여론조사기관의 대표 등 말 솜씨가 능숙하고 지식과 상식이 풍부한 사람들이어서 자신감이 넘치고 주장이 강하며 논리적인 토론을 하였다. 그러나 토론자의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양했다.

나는 토론의 내용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토론자의 말투에도 관심을 두고 보았는데 어느 분의 말 속에는 진정성이 느껴졌고, 어느 분에게서는 상대방의 가슴을 찌르는 가시가 있음을 느끼며, 말에 군더더기가 붙어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분도 있었고, 차분하고 부드러워 마음이 편한 분도 있었다. 때로는 남의 말에 자주 끼어들어 흐름을 깨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려는 분도 있어 마음이 언짢기도 하였다.

토론 모습을 지켜보며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처럼 말투는 그 사람의 성격과 인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 말투는 온화하고 부드럽기 보다는 날카롭고 빠른 편이다. 아무래도 성격이 급하고 까다롭다보니 말투가 그리 굳어진 것 같아 고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는 못했다는 자평을 하며 내 말투로 인하여 혹시 다른 이의 마음에 상처를 준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 보았다.

이제부터라도 아나운서나 토론자들의 달변처럼 능숙한 말솜씨보다 듣는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말, 즐겁게 해주는 말, 인자함이 배어 있어 편하고 따뜻함을 줄 수 있는 말투가 몸에 배도록 먼저 항상 함께 하는 가족에게 다정하고 아름다운 미소로 말하는 습관부터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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