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60세 법제화 중산층 복원 지름길
정년60세 법제화 중산층 복원 지름길
  •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3.01.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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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가장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공약은 ‘중산층 70% 재건’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67.7%로 조사됐지만, 1990년대 이후 사회양극화가 확산되고 중산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중산층 70% 시대를 복원한다는 공약은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로 보인다. 특히 언제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일시적 중산층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복원돼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박 당선인이 새로운 중산층시대의 복원을 위해 제시한 정책방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고 이미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은퇴할 때까지 일자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국민들이 근로소득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다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직업활동에서 은퇴하고 연금을 통한 노후생활보장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중산층시대를 위한 핵심적인 정책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전제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졌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이 중산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에 기초한 새로운 중산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태도변화 그리고 근로자측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60세 법정 정년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은퇴연령이 53세라는 보도가 있고 50대에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임금체계와 인사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고용유지에 따른 고비용구조와 경직적인 고용문화로 기업의 생산성이 악화돼 결국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과 근로자는 위계와 연공서열 중심의 직장질서를 고집하지 말고 직무와 능력에 따라 배치가 자유롭고 성과에 따라 보수가 결정될 수 있도록 직무혁신과 임금혁신 그리고 인사관리의 혁신을 위한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또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해 근로자들이 은퇴시까지 가능한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정리해고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기업의 구조조정 사유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해고회피노력의무의 구체화,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의 공정성, 근로자대표와 협의의무를 실질화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가사를 위해 취업을 포기하거나 경력을 단절할 수밖에 없던 고급노동력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일과 가사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양질의 파트타임을 확산하고 또한 재택근무 및 주거지근처에서의 근무가 가능한 스마트워크 환경을 촉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기업은 여력이 있는 한 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창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일자리나누기를 실천함으로써 손쉬운 구조조정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종업원들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차적 책임을 부담한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도 기업과의 생산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운명공동체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중소기업과 하청기업의 근로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위기를 더 크게 느끼고 있음을 감안할 때 원하청의 상생을 위한 공정거래질서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한 대기업의 의지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안팎으로 경제위기의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위기의 징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때 중산층의 확산을 통한 경제의 활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새로운 중산층시대를 위한 정책과제는 사실 모두 제시된 셈이다. 중산층 재건이라는 이슈가 새정부 초기의 의례적인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추진하려는 개혁내용을 구체화하고 개혁의지를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노사정의 대타협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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