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몽대길(凶夢大吉)
흉몽대길(凶夢大吉)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3.01.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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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좋은 꿈을 꾸고 나면 아침이 즐겁고 로또복권이라도 사 볼까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뒤숭�!� 꿈을 꾸면 오늘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러다가 누구와 사소한 다툼이 일어나면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求醮� 하면서 넘기고는 한다.

평소 가볍게 생각 하는 꿈이었는데 요 며칠 잠을 자는 것이 두렵다. 또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012년 마지막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모처럼 가족모두 모여 각자의 소원을 얘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2013년 1월1일을 맞았다. 그리고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꿈에 누군가가 무당이라며 나타나서 내가 이틀 후에 죽는다는 것이다. 꿈을 깨고 나니 새벽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옆에 있는 휴대폰으로 꿈 해몽을 찾으니 누군가가 몇 월 며칠에 죽는다고 하면 그 날 죽든지 아니면 좋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는 꿈 풀이었다.

그날이 1월1일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새해 첫날 그런 꿈은 정말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우습게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 되고 몸도 으스스 추우면서 마치 내가 죽을병이 걸린 사람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 지금 뭘 가장 먼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직 어린 딸들에게 엄마가 없어도 잘살아가라는 당부의 유언이라도 남겨야 될 것 같아 조바심도 났다. 혹 내가 빌리고 갚지 않는 돈은 없는지, 집안을 둘러보면서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무엇을 정리하는게 좋을지 등등 머리가 헝클어진 실 뭉치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그동안 너무 자만하고 살았던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삶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까불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 했다. 내가 지금 사라진다면 나를 아는 사람들이 뭐라 할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 사람한테는 이러지 말아야 했는데 저 사람한테는 저러지 말아야 했는데…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겁이 많은 작은아이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염주를 손에 쥐어주며 울먹였고 남편도 개꿈이라며 무시하라 하면서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지 3일 동안 사무실에 나가지 말라며 말렸다. 내 꿈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집 앞까지 와서 맘 고생이 많다며 저녁을 사주고 갔다.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덕담을 주고받은 새해 3일이 내게는 30년처럼 더디게만 흘렀다. 3일 동안 생각의 갈래는 천 갈래 만 갈래였다. 가족들은 3일이 지난 후 모두 함께 위험해제를 조심스럽게 기뻐했다.

흉몽대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불길한 꿈이 오히려 크게 길하다는 뜻이다. 그날 밤 꿈은 내게 흉몽대길이 아닐까 싶다.

3일 동안 내 삶을 뒤 돌아 보고 반성과 후회를 하고 앞으로는 오늘이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가족들은 엄마의 소중함과 아내의 자리를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었던 것도 같다. 늘 나만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 하면서 맘껏 욕심을 부리고 끌어안고만 살았던 내 삶에 경종을 울리는 꿈이라 생각한다.

50대로 접어드는 올해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는 경고라고 생각하며 새로 태어난 듯 욕심을 덜고 살아가는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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