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과 올바른 것
좋은 것과 올바른 것
  •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 승인 2013.01.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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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동부 우회 도로를 지나다 보면 명암 저수지 옆에 우뚝 세워져 있는 명암타워 건물이 보입니다. 처음 이 건물을 보는 사람은 그 모양새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건물의 아래 부분은 날씬한 허리처럼 잘룩한 반면 건물 상부는 육중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옆을 지나면서 건물이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건물은 세워진지 몇 년이 되었지만 안전에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기존의 통념을 깬 포스트모더니즘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과거의 전통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틀을 해체하고 다양성과 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그런 사고와 문화의 형태를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근대주의적인 사고와 가치관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와 가치관을 더 중시하는 시대로 바뀌어가는 것을 봅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진리가 부정되고 해체되고 상대화 됩니다. 대신 자율성과 개인의 개성과 감성 그리고 다원화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근대주의 시대가 너무 절대적인 가치과 객관적인 진리를 강조하므로 지나치게 경직되고 비인간화된 경향이 있기에 그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사조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일반화되고 절대화되므로 또 다른 폐해와 무질서와 혼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봅니다. 개인의 생각과 가치, 자율성과 판단만을 중시하고 절대적인 진리와 가치 그리고 인간의 역사속에서 자연적으로 받아들여진 보편타당한 윤리나 규범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으면 그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불편과 피해와 고통을 주는 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자기 본위입니다. 진리도 법도 질서도 윤리나 도덕 혹은 규범도 예의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지음받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고수하고 지켜야 할 절대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부여한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창조질서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어른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 공동의 가치와 유익을 위하여 때로는 자신이 희생하고 참기도 하고 섬길 줄 아는 것이 사람입니다.

내가 좋은 것을 좋아하고, 내가 싫은 것은 싫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요, 나쁜 일이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싫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아픔과 고통을 주어도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시대의 풍조는 너무 개인의 취향과 유불리와 호불호만을 중시하고 절대시하므로 모더니즘시대의 병폐를 다시금 답습해 가는 것을 봅니다. 내 취향에 좋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의 근본 도리를 부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삶을 어지럽히고 혼돈스럽게 하고 무질서하게 해서는 안 되기에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가치와 규범과 질서와 법이 있는 것입니다.

개성도 좋고, 자율성도 좋고, 취향도 좋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곳임을 기억하고, 모두가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올바른 삶,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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