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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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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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가 보이는 학교도서관을 꿈꾸며

보은중 교사 윤희순

올해 3월 1일자로 보은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자마자 , 내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학교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내가 근무해야 할 곳이기도 했지만 , 학교도서관은 모든 도서관의 뿌리로서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의 이용 경험을 통해 대학도서관 , 공공도서관 , 더 나아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을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면 ,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 그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훨씬 컸다. 학교도서관을 위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참 많았고 ,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도서관 , 정말 100%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

3월 2일 , 첫 출근날 , 교장 선생님께서 보은에서는 처음으로 발령받은 '사서교사'라며 소개하니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앞으로 이 사서교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도서관으로 들어서자 2003년도에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시설면에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니 , 도서관으로서의 장서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 내가 배우고 이제까지 알던 것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전공 시간에 배운 이론과 실제 현장과의 괴리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일까 싶었다.

도서관을 살펴본 뒤 이제까지 도서관을 이끌어온 도서위원 학생들과 인사를 했다. 그때까지 도서관을 위해 많이 고생해 왔고 , 앞으로도 나에게 많은 힘이 되어줄 나의 든든한 지원군들이었기에 그 아이들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다음날부터 학생들이 더 친숙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서관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서관 내의 전산화 되지 않은 오래된 책들부터 구분하여 정리했다. 또한 아주 낡아 훼손된 자료들을 구분하여 별도 공간을 마련한 뒤 거기에 가져다 놓고는 서가의 배치까지 새로이 했다. 장서 점검을 한 뒤에는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했다. 이렇게 하는 동안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 기간 동안 도서관을 개방하지 않고 오로지 도서관 정리에만 온힘을 기울였다. 무거운 책과 씨름하는 조금은 고된 시간이었지만 , 도서위원 학생들이 너무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도서관을 만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움직여 주었다.

그렇게 도서관 정리를 했지만 재정적인 문제를 포함해 아직 미흡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있어야 진정한 도서관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드디어 4월에 개방을 했다. 개방을 하고 전체 학생들에게 도서실 이용 교육을 실시하자 , 처음에는 한 명 두 명이 책을 빌리러 왔지만 , 점차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 내가 꿈꾸는 , 학생들로 가득 찬 생기 넘치는 ,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학교도서관이 되기 위해선 걸음마에 불과할 뿐이었다. 학생들이 읽기에 부족한 책들과 시설 , 학생들의 책 읽는 습관의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금 새로운 각오를 해 본다. 책만 쌓여 있는 도서관이 아니라 , 책의 향기가 눈으로 보일 수 있는 , 그래서 아이들도 , 선생님들도 , 수업 시간에 부족한 지식을 찾기 위해서 , 혹은 또 다른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서 , 미래를 향한 꿈을 꾸기 위한 보금자리로서 , 찾는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 되겠다. 이 멋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늘 열심히 활동하는 도서 위원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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