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 문화를 기대하며
아름다운 기부 문화를 기대하며
  • 정일하 <충북도 세입관리팀장>
  • 승인 2013.01.1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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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일하 <충북도 세입관리팀장>

올겨울 유난히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기 침체와 함께 찾아온 국내경기 불황으로 우리의 불우이웃은 그 어느 해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모르게 이웃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훈훈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 익명의 후원자가 1억579만원의 수표를 구세군 냄비에 넣고 말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1억원을 통장계좌로 이체한 분도 있었다. 시각장애인들과 지체장애인들도 직접 봉사를 하면서 성금을 지원하는 등 자선냄비의 온정의 손길은 이어져 2012년도 충북본영 구세군 냄비 모금액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충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13 나눔캠페인’도 목표 대비 90%의 달성을 보이는 등 나눔의 온정이 연일 계속돼 한파를 녹이고 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기부이지만 우리 지역의 인재양성을 위해 충북인재양성재단에 대한 기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충북개발공사에 근무하다 수도권 회사로 이직한 한 직원은 매월 월급에서 1만원 씩 2년간 적립한 24만원을, 도청에 재직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매년 수십만 원을, 도청 일부 실과에서는 중앙평가 등에서 받은 시상금을 기부했다.

또한 농협충북지역본부의 한 간부는 자녀 혼례를 치룬 후 자녀에게 서울 외곽에 녹록한 전셋집을 마련해 준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수백만원을 지역인재양성기금으로 쾌척했다. 이 밖에도 충북도립대학발전기금, 세계뷰티박람회기금 등에도 사업가, 단체 등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아름다운 기부가 이어져 민선 5기 동안만 총 72건 23억2800만원의 기부금이 기탁됐다.

최근에는 기부 방식도 다양화 돼 돈으로 기부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부하는 ‘재능기부’ 같은 방식도 점점 늘어나는 등 기부방식도 다양화 되고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각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아직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는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기보다는 기부행위 자체를 매우 특수한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나 주체는 특정한 지위나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기부를 일회성 이벤트로 인식해 계절적으로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대상도 대부분 양로원, 보육원 등 복지시설에 한정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으로 기부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선입견을 고치려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개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기부금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진실로 필요한 분야에 기부금이 사용되고, 이러한 활용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 돼야지만 기부문화가 더욱 더 활성화 될 것이다.

요즘 충북도에서는 지자체의 적십자회비 모금 지원을 두고 위법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모금액이 목표액의 30%도 못미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따듯한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온정과 아량이 아쉽기만 하다.

‘기쁜 일은 서로의 나눔을 통해 두 배로 늘어나고, 힘든 일은 함께 주고받음으로써 반으로 줄어든다’고 미국의 철학자이자 신부인 존 포웰은 말했다. 아무쪼록 2013년 계사년 희망찬 새해를 출발하면서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일상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따듯한 체온이 살아있는 성숙되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확산·정착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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