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운사 선생
1970년대 박정희 전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전개할 당시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노래’와 함께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준 노래가 ‘잘살아 보세’였다.
‘새마을노래’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었다면 이보다 10년가량 앞서 세상에 나온 ‘잘살아 보세’ 노랫말은 괴산군 청안면에서 태어난 한국방송계의 거목 고 한운사 선생(1923~2009)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괴산군이 선생의 생가인 청안면 읍내리에 건립한 한운사기념관 전시실에는 선생이 자필로 쓴 ‘잘살아 보세’란 제목의 원고가 놓여 있다.
당시 선생은 “언제부터인가 박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잘살아 보세가)서서히 꼬리를 감췄다. 대부분의 사람이 박 전 대통령 작사·작곡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 같다”고 기록했다.
2004년 한 일간지에 4개월간 연재한 글을 모아 2006년에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자서전 ‘구름의 역사’에서 선생은 ‘잘살아 보세’ 노랫말을 지은 배경을 설명했다.
선생은 “1962년 어느 날, 음악평론가 이상만씨가 찾아와 ‘혁명 일주년을 맞아 장충체육관에서 민족예술제를 개최합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부를 수 있는 큰 노래 하나 지어주세요’라고 부탁했다”고 회고했다.
그에게 작사를 부탁하라고 한 사람이 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였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후 ‘잘살아 보세’ 작곡은 김희조 당시 경희대 음대 교수가 했고, 서울대 베이스 이인영 교수와 연세대 소프라노 황영금 교수가 이 노래를 불렀다.
한운사기념관은 청안면 읍내로 45~6(읍내리 473) 선생의 생가 터 239.59㎡에 사업비 9억원을 들여 지상 2층 규모로 건립, 지난해 7월 임시 개관했다. 3월께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한운사 선생은 1965년 영화 ‘빨간마후라’ 등 20여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1961년 소설 ‘현해탄은 알고 있다’, 1971년 드라마 ‘남과 북’ 등 라디오와 TV 드라마 방송대본을 집필했다.
2002년 한국방송 영상 산업진흥원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고, 2009년 8월 노환으로 별세했다. 정부는 선생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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