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역할 치료
고정 역할 치료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3.01.0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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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1월 초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다짐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큰 기대와 단단한 다짐을 가지고 사무실 문을 열고 인사를 나누며 넉넉한 웃음과 포용력으로 모두에게 잘해 주리라, 큰 사람이 되리라 하면서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기 시작한다. 순간 작년부터 신경을 쓰게 하던 직원이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한다. 상사의 무리한 요구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부하 직원이 커피를 타다 주지 않아 기분이 언짢다…. 굳게 다짐한 마음의 평정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의 인격은 작년 12월로 다시 돌아간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은 대인관계이며, 대게 자신을 힘들게 하는 동료, 상사, 부하가 한 두명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때로 그 한 두명이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기도 한다.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즐거운 직장생활,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잘 지내게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켈리의 성격이론을 응용한 FRT(Fixed Role Therapy·고정역할치료)가 그것이다.

성격심리학자들 중 가장 독창적인 이론가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켈리(G. A Kelly)는 ‘개인적 구성개념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Personal Constructs)에서 과학자로서의 인간모형에 기반을 둔 성격이론을 제안하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객관적 진실이나 진리란 존재하지 않으며, 세계는 자신이 해석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세상에 대한 많은 구성적 대안들 중에서 어떤 대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계는 달라진다. 켈리는 이러한 구성적 대안주의를 성격이론에 적용하여, 성격을 개인이 세계를 해석하는데 사용하는 구성개념의 체계로 보는 개인적 구성개념 이론을 제안하였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석의 틀, 개념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순간에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이드나 융이 말하는 과거의 ‘나’, ‘심층심리’는 큰 의미가 없다. 지금 나의 구성개념(personal construct)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불안(새 학기, 첫 출근, 입원 등으로 인한)’은 사람들이 적절한 구성개념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심리적 외상(화재, 지진,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구성개념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현재의 구성개념이 잘못되었으면 수정하면 되고, 형성된 구성개념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서두(序頭)의 나를 힘들게 하는 직장 동료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구성개념을 수정하면 된다. FRT(고정역할치료)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고정역할(스승)’을 부여한다. 물론 상대방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얻어내야 할 항목(인내력)을 정한다.

1. 나를 힘들게 하는 ‘직원 A’를 나의 인내력을 키워주는 ‘스승’으로 역할을 부여한다. 물론 ‘직원 A’와 자신에게 다양한 역할을 부여 할 수 있다.

2. ‘직원 A’가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스승님이 나의 인내력을 키워주기 위해 지금 과제를 주시는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잘 참고 넘겼으면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다.

3. 한 달 정도 FRT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구성개념이 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대방으로 인해 더 성숙된 인격자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 있어 직장생활 중 대인관계로 힘들 때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FRT였다. 그리고 필자를 포함해 독자 모두에게 언젠가는 FRT가 필요 없는 인격의 소유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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