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노래
나를 위한 노래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3.01.01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새해 첫날 눈이 내린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하얀 눈처럼 순결한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라는 하늘의 메시지 같다. 한해를 시작하는 첫날은 늘 새로운 다짐과 계획을 세워 보지만, 돌이켜보면 후회와 반성의 날이 더 많았다.

직장에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나 자신 만족할 만큼의 성과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또한, 좋은 아버지 노릇도 하지 못했다. 아내에게도 늘 미안할 따름이다. 다정다감한 남편이라기보다는 권위의식과 남자라는 자존심 하나만 내세워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가 일쑤였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효자 노릇도 잘하지 못했다. 우선 나의 마음이 불편한 것만 생각했지 두루두루 챙기고 마음 써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고 가는 것처럼 많은 계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때로는 남을 아프게도 했고 다른 사람들 때문에 많이 아파하기도 했다.

 

이제 부질없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계절

더딘 걸음으로 세상을 쫓으며 숨이 차오를 때

낙엽은 지천으로 지고 어둠은 빠르게 나를 지운다

 

그동안 가족 위해 부르던 노래 이제는 나를 위해

새로운 악기 배워서 새로이 시작하는 삶의 노래

내 안에 음표 그려놓고 나를 위한 노래 불러본다.

 

삶의 1막은 끝이 나고 박수 소리 멀어져 가도

쪼그려 앉아 눈높이 낮추고 다시 마주한 시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 하나 둘 보인다

 

너무 높이 보아서 보이지 않던 고개 숙인 사람

너무 멀리 보아서 보이지 않던 나의 그림자

다시 올 것 같지 않던 찬란한 봄마저 잉태한다.

 

그 누구에게도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세월의 뒤안길에서 나의 새로운 삶의 노래를 졸시로 표현해 보았다.

겨울로 접어드는 내 인생의 첫날에 즈음하여 새로 가슴을 데우고 새로 눈물을 만들고 새로 사랑을 배워서 내 남은 세상을 따듯한 온기로 살아가고 싶다.

그동안 내 안에 가두고 있던 아이들도 장성하여 자신들만의 가정을 꾸려 나갔으니 이제는 권위와 위엄을 내세우기 전에 다정하고 자애로운 아버지로 다가가야겠다. 아내에게는 겸연쩍어 하지 못했던 사랑해란 말을 자주 건네는 따듯하고 사랑스런 남편이 되리라.

그리고 어머님께 듬직하고 살가운 아들로, 직장에선 믿음직하고 신임받는 선후배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눈송이는 점점 커진다. 온통 세상이 하얗게 지워졌다. 지난날을 하얀 눈으로 모두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의미 있는 새해 첫날 나를 위한 노래를 불러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