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전거로 우편물 배달하던 집배원의 소망
빨간 자전거로 우편물 배달하던 집배원의 소망
  • 정옥자 <보령우체국장>
  • 승인 2012.12.2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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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옥자 <보령우체국장>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더우나 어두우나 정해진 구역을 도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이 문구는 기원전 500년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에 나오는 말로 미국 우정청에서는 연례보고서를 발간할 때마다 표지에 이문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우편물 배달 문제를 언급할 때 종종 이 문구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요즘 같이 기후 변화가 많은 겨울철에는 더욱 날씨 변화에 상관없이 맡은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집배원의 고충을 잘 표현했다고 하겠다.

며칠 전 추운 날씨에 폭설까지 겹쳐 정상적인 우편물 배달을 할 수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폭설로 인한 장애지역 등록을 하였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다음날 눈은 그쳤지만 추운날씨에 도로가 결빙되어 최소로 급한 우편물만 먼저 배달을 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직업정신이 몸에 배어있는 직원들이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위태롭게 배달 업무를 하였었나 보다.

이 모습을 본 한 주민의 전화가 국장실로 걸려왔다.

“국장님 집배원이 이렇게 추운 날씨에 도로가 결빙되어 있어 위험한데 오토바이를 타면서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서 전화 했습니다. 집배원에게 오토바이 대신 소형 차량을 지급해서 배달하도록 하면 안 되나요.”

125년의 우정역사를 살펴보면 그 장비도 현대화 되었다. 우리 집배원이 배달하여야 하는 우편물도 그만큼 현대화 되어 가고 있고, 주민들이 생각하는 집배원의 이미지도 사무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배원들이 자전거로 우편물을 배달 할 때만 해도 교통 통신 수단이 발달되지 못한 시절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눈만 뜨면 가장 기다리는 사람이 단연 우리 집배원들이었다.

집배원이 마을에 나타나면 모두들 몰려나와 자기 편지를 찾으며 읽어주기를 원했고, 또 불러 주는 대로 편지를 써 주는 일까지 모두가 우리 집배원들의 몫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직원들은 여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정보통신사업의 급속한 발달로 집배원들이 배달하여야 할 우편물은 정감어린 편지가 아닌 각종 고지서와 홍보우편물 그리고 부피가 큰 인터넷 쇼핑 상품 등의 택배우편물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배달하여야 할 우편 물량도 하루 평균 500여통으로 더 많은 집을 방문하여야 한다.

더구나 요즘 대다수의 고객은 빨리 배달하여 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조금만 늦어도 전화로 독촉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한다.

우리 집배원들은 원하고 있다.

차량을 보급하여 주는 장비의 현대화보다 더 많은 주민들과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며 지역 주민들 곁에서 사랑받는 집배원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그래서 오늘도 고객을 정중하고 친절하게 맞이하며 한통의 우편물이라도 소중히 다루고 신속·정확·안전하게 배달하여 주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우체국 직원이 되기위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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