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나다
한 해가 지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2.26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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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위선환

네가 들어 얹은 손바닥의 자국이 내 손바닥에 눌리는 사이이다  
물바닥 위로 불어가는 바람의 무늬가 밀리며 닳아서 비치는 사이이다  
눈자위 얇아졌고, 눈까풀은 가벼워지며 소리 없이 내리감기는 사이이다  
갈밭에 햇빛 사그라진 다음에 갈잎보다 오히려 어둠이 서걱대는 겨를에는  
눈물 마르며, 속눈썹의 잔뿌리들이 마르며, 눈동자는 캄캄해지는 사이이다  
네가 나를 끌어다가 붙안고 내 갈비뼈를 하나씩 매만지고 또 헤아린 때 
죽은 너의 두 눈은 멀어있었다 나는 야위었고 하루는 나날마다 길었고 
어둠보다 오히려 뼈가 검은 한 해가 느릿느릿 지나갔다 그 사이이다

※ 여든을 바라보는 친정 엄마께서 덜렁 남은 달력을 바라보다 “눈 두어번 꿈뻑이니 벌써 일년이다”하며 가는 한숨을 내쉽니다. 놀란 토끼눈을 뜨고 앉은 엄마의 모습에 딸들은 킥킥킥 웃음으로 넘겼지만 시간은 그렇게 속도를 내고 달아납니다. 길고 지루한 생도 돌아보면 사이일 뿐입니다. 눈과 눈까풀, 손과 손바닥, 너와 나 그 사이처럼 말입니다. 시간의 강을 건너야 하는 경계에서 어제를 디딤돌로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멋진 내일을 위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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