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떠나는 한국사 나들이
그림으로 떠나는 한국사 나들이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2.12.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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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조선시대까지 16가지 대표 예술작품으로 역사 되짚어
1971년 이맘때 울산 대곡리에 있는 대곡천의 한 절벽에서는 바위를 쪼아 새긴 신석기 시대 그림이 발견된다. 여기에는 물을 뿜는 고래, 새끼를 업은 고래 등 다양한 모습의 고래는 물론 사슴 호랑이 등 육지동물, 이들을 사냥하는 사람들까지 그림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바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다.

우리는 이를 통해 반구대 주변에 살며 고래를 사냥하던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새 책 ‘한 폭의 한국사’가 신석기 시대 고래 그림부터 조선 시대 진경산수화까지 옛 그림으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사실 우리의 역사 교육은 정보 전달을 앞세우는 탓에 단순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들이 역사를 암기 과목으로 여겨 진짜 재미를 알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그림 한 폭에 담긴 당시의 사회, 문화적 특징을 통해 한국사 전반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는 미술 역사서다.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16가지 대표 예술품을 설명하면서 작품들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까지 꼼꼼하게 짚어 보는 식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며 신석기인들의 수렵 생활을 파악하고 고인돌로 청동기 시대의 계급 탄생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이차돈 순교비를 통해 신라의 귀족들이 왜 그토록 불교를 반대했는지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고려 말 공민왕이 그렸다는 ‘이양도’에는 그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 갈색, 검은색 무늬를 입은 양 두 마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비단에 그린 이 작품은 금슬 좋은 부부 같지만 왠지 슬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양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서다. 마치 아내 노국 대장 공주를 잃고 좌절하던 공민황의 말년을 상징하는 듯하다.

‘공민왕은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권을 되찾고, 권력을 남용하는 귀족에 맞서 정치와 경제를 바로잡으려 했어. 하지만 개혁을 완성하기에는 귀족의 힘이 너무 셌지. 국제 정세도 갑자기 불리하게 돌아갔고 말이야. 원나라 왕실 출신이었지만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내 노국 대장 공주의 뜻하지 않은 죽음 역시 비극을 재촉했어. (137쪽)’

이런 식으로 비교적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 고려·조선의 역사도 그림으로 살펴보니 한층 흥미롭다.

고려 초기의 투박한 불상에 담긴 호족들의 기운, 휘황찬란한 고려 불화에서 드러나는 귀족 문화, ‘일월오봉도’에 숨은 조선의 개국 이념까지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 당시의 사회 분위기까지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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