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 김성수 <청주 새순교회 목사>
  • 승인 2012.12.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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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 새순교회 목사>

2012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시작했던 임진년. 뭔가 큰일을 이룰 것만 같이 용기백배하여 시작했던 한 해가 이제 한 장의 달력을 남겨놓고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려 합니다. 12월이 되면 저물어가는 한 해를 뒤돌아보며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허전함의 상념에 자책하기도 하지만 새해에 대한 기대감의 희망을 품고 새해를 전망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행복한 가치를 만들기 위해 달려온 시간들, 그 속에서 행복한 순간, 소중한 순간도 있었지만 베풀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고, 섬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쉬움만 갖고 지나간 시간을 새롭게 고치지 못하면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반추와 소망이 교차하는 12월은 성찰의 달이기도 하고 계획의 달이기도 한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성탄절을 앞두고 대강절 또는 대림절이라는 절기를 지킵니다. 성탄절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절기입니다. 교회력으로 대강절(Advent)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기다림이고 또 하나는 새 출발입니다.Advent는 라틴어 Adventus에서 왔는데 ‘옴’, ‘도착’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즉 예수님의 오심을 뜻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의 의미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기다림은 단순히 까치 울면 소식이 온다고 생각하는 막연한 기다림이 아닙니다. 나는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고 축복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바라는 요행수의 기다림은 더욱이 아닙니다. 뼈아픈 자기 성찰을 통해, 자기 변혁을 통해,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기다림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오심을 내 삶으로 맞이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을 맞이하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정신을 이 땅에 구현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런 자아 성찰 없이 역사만 되풀이하는 성탄절을 맞이하기 때문이 아닐지 반문해 봅니다.

보석을 오물단지에 담을 수 없듯이, 좋은 음식을 더러운 그릇에 담지 않듯이,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낳아 눕힐 곳을 찾다가 말구유를 깨끗이 비우고 그 위에 강보를 깐 후에 아기를 눕혔던 것처럼, 내 마음의 말구유를 깨끗이 하고 비우고 예수님을 내 마음 보좌에 모셔야 합니다. 이것이 기다림의 능동적 의미입니다. 그래서 교회력으로는 대강절(待降節)로부터 새해가 시작됩니다. 왕이 행차를 위해 길을 닦고, 정비하는 것처럼, 내 삶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엉클어지고 비틀어진 지나간 시간들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후회와 자책이 아닌 성찰과 전망으로 희망찬 내일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성서는 예수님을 참 빛이라고 말합니다.(요한복음 1장 9절) 구약의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는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주하던 자에게 빛이 비치었도다.”(사9:2)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인생의 절망과 어두움을 몰아내고 “내가 누구인가?” 자기정체성을 발견하게 하고, 내 인생의 좌표를 새롭게 정립하게 하며 희망과 치유와 회복과 새 출발의 구원을 가지고 오시는 분이 예수님입니다. 역사는 이 예수님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따르는 자들에 의해 새롭게 됩니다.

성탄의 계절입니다. 온누리에 축복의 서설(絮雪)이 가득함 같이, 모든 이들에게 한 해의 아쉬움은 덮여지고 새로운 희망과 기대와 용기로 가득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2013년은 루터가 종교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1517년, 500주년을 5년 앞둔 해이기도 하고,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해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가 이 시대에 희망의 등대처럼 세상의 어두움을 물리치고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 교회 하나 하나, 나아가 한국교회가 새롭게 자기를 찾고, 기본을 찾고, 세상의 희망이 되는 민족교회로 발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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