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을 기다리며
만파식적을 기다리며
  • 변영섭 <영동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 승인 2012.12.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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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변영섭 <영동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난계 박연의 탄생지이며 국악의 고장인 영동에서는 국악을 접할 기회가 종종 생긴다. 작년 이맘 때 국악과 대중가요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된 송년음악회에서 들었던 대금의 은은한 선율이 생각난다. ‘축복’이란 콘셉트에 맞게 웅장하고 발랄한 퓨전국악의 시작으로 가야금 협주곡, 대중가요로 진행되다가 연주된 대금협주는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압도하며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대금 협주를 들으며 신라의 설화로 전해지는 ‘만파식적(萬波息笛·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신라 전설상의 피리’ 이야기가 문뜩 뇌리를 스쳤다.

이 설화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흩어져 있던 백제와 고구려 유민의 민심을 통합해 나라의 안정을 꾀하려 했던 호국 사상과 모든 정치적 불안이 진정되고 평화가 오기를 소망하는 신라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선거운동을 바라보며 대금협주와 만파식적, 그리고 18대 대통령 선거가 오버랩 된다. 대금 협주가 시작되기 전 발랄한 퓨전국악, 가야금협주, 대중가요의 상황이 한창 가열된 선거운동과 닮았다. 후보자 모두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홍수와 같이 쏟아내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며 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변화와 통합을 시도하려 한다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정작 후보자나 정당은 검증이란 미명아래 네거티브 선거에 열중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혼탁하게 하는 비방·흑색 선전에 열중하고 있으니 변화와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과거 혼탁선거의 잔재들이 다시금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할 따름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로 조직선거, 지역선거, 흑색선전과 상호 비방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유권자는 장밋빛 공약이나 흑색선전에 현혹되지 말고 실천 가능한 공약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는 현명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흔히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투표에 소흘하기 쉽다. 하지만 한 표가 당락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나의 한 표를 결코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와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투표는 민주주의 출발점이자 꽃일 것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용지 한 장 속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리의 권리가 담겨있다. 투표는 대한민국의 향후 5년간 160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예산의 집행과 우리의 행복을 담보할 모든 정책의 추진에 대한 위임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중한 주권에 대한 성스러운 행사이다.

달아오른 선거의 열기 속에 대한민국 곳곳에서 발랄하고 웅장한 각각의 색이 담긴 음악이 연주되고 있다.

12월19일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만든 선거라는 축제의 피날레인 투표를 포기하지 않을 때 내일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적 불안이 진정되고 우리에게 평화와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희망의 만파식적(萬波息笛)’을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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