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구름을 헤치고 미래를 향하여
마음에 구름을 헤치고 미래를 향하여
  •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 승인 2012.12.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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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가는 세월이 아쉬워 머뭇거릴 때 마지막 남은 한해의 달력이 바르르 떨고 있구나.”

예년보다 일찍이 찾아온 대설속에 한파는 나약한 몸과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하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는 더 한층 가혹한 아픔이 아닐수 없다.

옛날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箕子 (기자)라는 성인은 이러한 말을 하였다. ‘日月欲明 而浮雲蓋之’(일월욕명 이부운개지)라 해와 달은 밝은 빛을 내려하나 뜬구름이 그것을 가린다. 이말은 “진실은 생각보다 드러나기 어렵다”는 뜻으로 태평성대에는 덜하지만 간신이 득실대는 난세에는 더욱 심하다는 말인데 요즘같은 시대적 상황을 잘 묘사하는 글귀와도 같다.

나라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어오는 폭풍과도 같은 유형무형의 각종 유언비어와 치졸하게 늘어놓는 온갖 흠담패설은 진실을 선택할 국민들의 마음을 흐리게 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기회를 틈타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떼를 지어 다니며 소리치고 춤을 추며 전국을 누비는 거리의 보습을 보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의 역사를 잠시 되돌아보면 금세기만 하더라도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일제 36년의 억압과 암울했던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1세기 동안 우리는 그 얼마나 가슴아픈 시련을 겪어야 했던가. 자주 독립이라는 기쁨도 잠시 분단된 조국은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 고통의 연속선상에서 풀어야 할 숙제와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내우가 깊어만 간다면 외환을 어떻게 감당해야 한단말인가. 일제 강점기에 한용운 선사는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수많은 사연을 시로 표현하면서 주옥같은 시상을 펼쳐 보였다. 그는 ‘알수없어요’라는 제하의 시를 통해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구름 사이로 언뜻언뜻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라며 조국 광복의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당부한 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았던가.

발전은 시련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그 시련이 깊고 깊어지면 재기의 힘마저 잃게 되는 법. 뼈아픈 시련을 반복한다면 이는 어리석기가 그지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우리국민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난세를 극복하고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오늘의 우리가 있었음을 상기하면서 미래를 펼처 나아가야할 중요한 시점에 서있다는 것을 깊이 성찰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파가 두려운데도 난방을 하지 않는다면 동사할 것이요 병세가 커져가는데도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병사하고 말것인 즉, 알면서도 행하지 않으므로 돌아오는 결과에 대하여는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우리는 꿈과 희망을 가로막는 검은 구름을 따뜻한 선풍의 뜻을 모아 걷어내고 일월광명(日月光明)의 새희망의 미래를 향해 다함께 약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러한 힘과 용기를 베푸사 일(日), 월(月) 성신께 머리숙여 합장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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