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인 무상급식비 분담논쟁
비교육적인 무상급식비 분담논쟁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2.12.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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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요즘 충북도와 충북교육청 간에 초·중학교 무상급식비 분담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도민들의 우려가 깊다. 무상급식의 근본정신과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충북도가 합의를 어겼느니 도 교육청이 사전협의 없이 일방통행 했느니 하며 티격태격하다가 급기야는 도 교육청이 예산심의를 한 도의회를 감사원에 감사청구 한다며 윽박을 지르는 형국에 이르렀다.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 대저 도교육청이 어떤 기관인가? 지방에선 도청 다음으로 외형이 큰 공룡기관이며 그 수장인 교육감을 도민들이 직접 선출해 교육자치의 대표성을 갖는 교육사령탑이다. 그러니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 교육행정 종사자, 학교를 둘러싼 수요·공급자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도교육청의 운신은 첫째도 교육이요 둘째도 교육이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교육스러워야 한다. 교육감을 선거로 뽑아서 그런지 교육청의 무상급식 해법에 대한 행태를 보면 교육행정의 정치화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무릇 약속이나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개인 간의 약속이든 기관 간의 합의이든 말이다. 그러나 그 약속과 합의의 이행은 내용의 명확성과 상호 인지성에 기초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소한 견해차이로 인해 간극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 굳은 맹약도 파기되어 좋았던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 당사자들은 수시로 교류하며 신뢰를 쌓아 합의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번 초중생 무상급식을 위한 2013년도 당초예산 편성과정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러한 충분한 사전협의와 조율과정 없이 기관 입장만을 반영해 빚어진 결과로 짐작 된다.

초·중학교 의무교육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청 고유업무 이듯이 학교급식도 교육청의 고유업무이다. 그래서 무상급식 전면 실시 전에도 이미 교육청 자체예산으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던 것이 2010년 11월 7일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이 총사업비 50%씩 분담으로 초·중학생 무상급식 전면실시에 합의해 2011년부터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시행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2년간 순항해 왔는데 2013년도 당초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의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사단이 생긴 것이다.

충북도의 어려운 재정형편을 감안하면 2013년도 도가 제시한 분담액 430억 원은 매우 큰 돈이다. 고작 10억여 원의 문화예술기금사업비로 1년을 버터야 하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겐 울화통이 터질 노릇인 것이다. 다들 속이 끓어도 내 아들 딸들과 내 손주 손녀들의 급식비라 참고 수용하고 있는데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급식을 중단하느니 학부모들에게 부담시킨다느니 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보기가 민망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건비와 운영비 추가분에 대해서 시시콜콜 이야기 하지 않겠다. 우선 올해 수준으로 시작해 보고 부족분은 국비로 충당하든지 추경예산 편성 시 재 논의 하든지 하면 될 일이다. 이 일로 기관 대 기관이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도 산하공무원들과 교육가족 구성원들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해서는 더 더욱 안 될 일이다. 특히 도지사와 교육감이 얼굴을 붉히며 만나 누가 이기고 지는 모양의 정치적 담판이나 흥정을 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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