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따뜻한 차마시며 재밌는 책 한권 읽어볼까
올겨울 따뜻한 차마시며 재밌는 책 한권 읽어볼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2.06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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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진흥원 '12월의 읽을 만한 책' 10권 선정 발표

조선책략 등 조선후기 8종 금서 '금서 시대를 읽다'

폭설속 출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당분간 인간' 등

눈길에 발이 묶이는 12월. 따뜻한 풍경에 갇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2년도 ‘1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각 분야별 도서 10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권장도서는 생존을 위협받는 인간으로 살기 힘든 세태를 꼬집는 단편집 ‘당분간 인간’(서유미, 창비), 금서를 통해 근현대 문화사를 살펴보는 ‘금서 시대를 읽다’(백승종, 산처럼), 어린이에게 가해지는 불평등을 비판한 ‘어린이에게 일을 시키는 건 반칙이에요’(장성익 글, 송하완 그림 / 풀빛미디어) 등이 선정되었다.

2012년 마지막 달력을 남겨 놓은 12월, 어떤 책을 골라 읽을까. 선정 도서를 추천인의 말과 함께 내용을 살펴본다.

◇ 금서 시대를 읽다/백승종/산처럼

금서라는 말 자체에는 묘한 끌림이 있다. 권력에 대항한 지식층의 또 다른 이야기에 귀를 솔깃하게 한다. 이는 금서가 시대의 저항의 목소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금서 8권을 통해 한국 사회를 추적하고 있다. 조선 후기에 등장하여 나라의 멸망을 예언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된 ‘정감록’과 구한말 시국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금지된‘조선책략’, ‘금수회의록’, ‘을지문덕’그리고 해방 후에 숱한 금서 중 저자가 북에 남았다는 이유로 읽을 수 없었던 ‘백석 시집’,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을 소개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된 ‘8억인과의 대화’등 다양한 이유로 논란이 된 8종의 금서를 소개한다.

◇ 어린이에게 일을 시키는건 반칙이에요/장성익/풀빛미디어

이 책은 ‘이상한 지구 여행’시리즈 제1권 불평등편으로 불평등과 반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참 학교에 다녀야할 어린이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는 것은 반칙이며, 그로 인해 교육 받지 못한 어린이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불평등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현상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종교, 문화, 역사, 철학, 통계 등 여러 학문의 기반 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시리즈다.

어린이가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학문이 주는 시너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1권에서는 불평등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불평등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생한 실제 사례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불평등의 역사적 배경과 구조적 원인을 짚어본다.

◇ 경성, 카메라 산책/이경민/아카이브북스

사진으로 바라보는 경성의 모습은 어떨까. 이 책은 경성사람과 경성풍경을 10개의 키워드로 읽어낸다. 카페, 이발소, 미용실, 야시장, 인력거, 유람버스, 동물원, 박람회, 대학로, 도서관 등은 주제는 크게 2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경성 사람’에서는 카페, 이발소, 미용실, 야시장, 인력거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생활했던 하층민의 삶을 다룬다. 2부는 ‘경성 풍경’에서는 유람버스, 동물원, 박람회, 대학로, 도서관 등 도시의 문화 시설과 여가 문화를 중심으로 경성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모던한 문화적 감수성이 싹트고 있었던 옛 서울이며, 당시 사진과 신문기사들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서울 사람들의 발랄한 일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해방 이전의 서울에 내려 그 시절 거리를 산책하듯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오늘날 우리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감수성들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파스칼의 질문/토머스 V. 모리스/필로소픽

이 책은 미국의 철학자 토머스 모리스가 파스칼의 900여 개에 달하는 단상과 메모를 집약해놓은 ‘팡세’중에서 ‘신, 불멸, 인생의 의미’에 해당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재구성한 책이다.

신학과 철학의 접목에 힘써온 저자는 현대적 시각과 생생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를 통해 ‘팡세’와 관련된 철학, 문학, 영화 등을 예로 들며 ‘팡세’의 내용을 한층 풍부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이를 잘 간파해, 인간의 삶이 지니는 의미를 파스칼의 생각을 따라 치밀하게 따져본다. 그리고 인간 삶의 한계에서 마주치게 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신의 의미와 그 존재의 정당성에 대해 파스칼의 생각에 충실해 철학적으로 꼼꼼히 검토한다.

◇ 당분간 인간/서유미/창비

서유미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기록적인 폭설을 뚫고 출근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이야기 ‘스노우맨’, 홀로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기 힘들어 고용한 로봇 도우미에게 밀리는 여자의 이야기 ‘저건 사람도 아니다’, 스트레스와 상처 때문에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거나 물렁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당분간 인간’ 등 8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부당한 노동과 억압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젤리처럼 허물어지거나, 딱딱하게 굳어져서 부스러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이고 인생에 여유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뼈아픈 전언은 자신이건 타인이건 차별이 없다.

작가는 특유의 시선으로 인간의 내부를 해부한다. 고단한 삶을 강조하고 살아가기는 어려운, 아이러니한 삶의 조건을 꼬집는다. 그러면서도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따뜻한 호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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