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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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12.0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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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고 한다. 마음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가장 깊고 어둡고 서늘한 연못이라서 나 역시 수없이 상대의 심연 앞에서 주춤거리고 물러서고 비우고 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반복하며 살게 되리라. 인생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누구나 습관처럼 말들 하지만, 마음을 마음껏 부리지 못하니 참 어려운 것이 작심이고 실천이라면, 내면의 결투란 가장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일 수도 있다.

실제 결투는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서구역사의 관행이었고. 19세기 미국 서부지역에선 반목과 이견이 있는 사람사이에 결론을 내는 수단으로 행해지기도 하였다. 따라서 미국역사와 세계사에 유명한 결투사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알랙산더 해밀턴과 부통령인 애런 버의 결투사건이다. 당시 부통령인 애런 버가 정치적 입장에서 헤밀턴한테 밀리자 결투를 신청했고. 결투로 아들을 잃은 적이 있는 알렉산더 해밀턴은 싫지만, 명예 때문에 억지로 결투를 승낙해야 했다고 한다. 당시 뉴욕주의 법은 결투를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을 건너서 결투가 허가된 뉴저지 주의 허드슨 강변 바위절벽 아래에서 결투를 벌였고 애런 버가 승리하여 총상을 입은 알렉산더 해밀턴이 사망했다.

생존의 결과와 명예의 결과는 반대로 역사에 작용하였다. 살아남은 애런 버는 비열한 살인자로 낙인찍혔으며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었고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해밀턴은 죽을 각오로 결투에 임한 유서가 발견되면서 의롭게 죽은 영웅으로 칭송받았음은 물론, 독립전쟁 후유증으로 파산 직전인 연방정부 초대 재무부 장관으로서 추진했던 경제성과로 위대한 건국의 아버지로 존경받았다. 지금까지 달러화 인물 중 대통령이 아닌 프랭클린( 100달러)과 함께 본인(10달러)이 역사적 인물로 명예롭게 기록되어 있다.

대선이 임박한 이즈음, 대선의 후유증으로 발발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결투를 생각하는 이유는 미국은 이 피의 결투가 있은 이후 선거인이 대통령과 부통령을 구분하여 선거를 치르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정·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를 의미하는 러닝메이트 제도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이미 끝난 선거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밋 롬니가 각각 조 바이든과 폴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선거를 치르게 된 것도 바로 피로 얼룩진 ‘애런 버와 해밀턴’ 결투의 결과라고 하니 때때로 역사는 진실의 완성이고 실천인 것이다.

결투는 결코 총이나 칼을 들이대는 것만은 아니다. 마음의 결투는 이보다 더 가혹하여 평생토록 미움을 갈고 새기며 자신을 망칠 수도 있다. 영혼이 맑게 보이도록 순박한 표정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꼼꼼한 목소리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안후보가 스스로 결투를 포기했다. 실제 결투의 역사에서 결투를 포기한 사람은 비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지만, 안 후보의 포기는 상대에 대한 관용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낸 포기로서 스스로의 명예도 굳건히 지켜낸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두 후보 사이에 놓인 반목과 이견을 어떻게 좁혀 가느냐가 대선의 판도를 결정하겠지만, 대선과 상관없이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안철수란 인물을 불러낸 것이니,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결투를 포기하고 물러설 줄 아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가진다. 차기 대통령이 누구든 간에 안철수를 불러낸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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