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아픈 상처… 글과 함께 치유
유년의 아픈 상처… 글과 함께 치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1.22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종호 수필가 첫 수필집
반성하며 행복 찾는 삶의 이야기

깔끔한 문장속 잔잔한 감동 전달

섶다리는 강으로 인해 갈라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요 길이었다. 다리 위로는 연실 소통의 언어가 넘나들었고, 고단한 산촌의 삶을 이어가는 양식이며 필요한 물품이 건너다녔다.…<중략>… 같은 하늘 아래 살았지만 함께할 수 없었던 아버지. 가족을 버리고 매정하게 떠난 당신께서 추구하던 이상은 무엇이며 재산을 바치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가족을 두고 다리를 건너던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 본문 섶다리 중에서-

지나온 시간을 책갈피마다 담아 놓은 수필가 변종호(사진)씨. 첫 수필집 ‘섶다리’를 책으로 엮으며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나로 출발한 삶의 여정은 시간을 거꾸로 흐르며 가족과 고향, 그리고 어머니로 천착돼 아련하다. 가난했던 유년의 기억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아버지의 부재는 지금도 통증이 되어 돌아온다.

“수필 섶다리는 어릴 적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3년 동안 전전긍긍했어요.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면서 영월 섶다리 근처에서 살던 어머니와 형제들은 먹고 살기 어려울 정도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컸죠”

이 글을 쓰기 위해 변 작가는 고향을 찾아 섶다리에 서서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망으로 움켜 잡고 살아온 긴 세월의 상처도 조금은 치유될 수 있었다.

“수필을 쓴다는 것은 자기의 삶을 끄집어내 돌아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유년의 먼 기억까지 들여다 보는 거죠. 반성도 하고, 행복을 찾는. 그래서 수필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봅니다”

변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백일장에서 상을 타면서 글쓰기를 즐겼지만 이후 먹고사는 문제로 문학에 대한 꿈을 접었다고 한다. 그러다 2004년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반에 등록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나처럼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그리움을 안고 사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도 만났고, 글을 통해 서로를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차분 차분 들려주는 말처럼 직가의 수필도 잔잔하다. 깔끔한 문장과 절제된 감정들은 행간 사이를 오가며 일렁이다.

변종호 수필가는 2006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푸른솔문학회, 청주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24일 오후 5시 청주 거구장에서 열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