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파를 넘어서
세파를 넘어서
  •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 승인 2012.11.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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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성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겨울을 재촉하는 듯 날씨는 점점 추워져가고 갈길이 먼 나그네는 하루해가 짧기만 한데 들려오는 세파의 거센 바람소리는 좌불안석 심난하기만 하다.

자연의 바람은 시원하기라도 하건만 인간세상의 세파(世波)는 어찌 그리도 혹독한지 몸과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민초들의 현실은 바람앞에 등불이요, 풀잎 끝에 이슬과도 같아라! 대체 선량한 민초들앞에 불어오는 고약한 세파를 몰고 오는 자는 그 누구이던가?

한 시대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이끌어가는 것을 자연에 비유한다면 저 만경창파의 바다 위에 배를 띄우고 거센파도를 헤쳐가는 것과도 같아 끝없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일일진데 하루 한시도 바람잘날이 없으니 그 배는 언제나 피안에 언덕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살이는 항해와도 같아 군주는 크고 작은 수많은 배를 바다위에 띄우고 그 중심에서 모든 배들이 순항할 수 있도록 전후좌우를 살펴서 항해를 할 때 전방에는 군함을 배치하여 해적으로부터 따르는 수십수만의 민생의 어선을 보호하고 그들이 낙오됨이 없이 항상 잘 따르도록 강건하면서도 참다운 모습으로 이끌어 갈 때 성군으로서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라는 것은 수시로 이탈자도 생기고 도전자도 있을것이며 때로는 외세로부터의 침략도 있을 것 이므로 항상 대비하고 유비무환의 지략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게을리 하거나 행하지 못하면 민초들은 파산하고 말 것이다.

어찌 그뿐이랴. 군주가 힘을 믿고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안이하게 소수 특정 계층에 의지한다면 그 배는 균형을 잃고 기울어질 것이며 나태하거나 방심한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안내하려는 사공들 때문에 길을 잃거나 뱃길이 아닌 산길로 향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타고 있을배(현실은)는 이미 상당부분 균형을 잃고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어느 한쪽의 수리와 치유가 불가능 할 정도로 병들거나 부패한 면도 있어 크게 수술을 하거나 바꾸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부식된 면도 많은데, 어느 누가 이를 치유하고 보수하여 원상회복을 시켜서 원만한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짙은 안개 속에 가려서 앞은 보이지 않고 민초들을 가득 실은 거함은 거센파도위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이를 책임지고 해내겠다는 야심찬 무리들은 여기저기서 시컴은 연기를 내뿜어대며 외나무다리위에서 이 전투구의 설전을 반복하고 있다. 오호 애재(哀哉)라!

임진년 한해는 저물어 가는데 언제쯤이나 고달픈 항해의 뱃길에 짙은 안개가 걷히고 거센파도가 멈출것인가.

선량한 민초들이여! 아직 서산마루에 해는 남아있다. 흔들리는 거함이 좌초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으로 지켜서 자고나면 여명의 새날이 밝아오도록 그리하여 강열한 붉은 태양의 위력으로 짙은 안개를 말끔히 걷어내고 밀려오는 거센 세파를 잠재우며 새로운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하나로 뭉치면 만경창파위에 힘찬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질것이 아니겠는가. 그때에 기쁜 환호의 찬가를 부르며 새 희망의 저 언덕을 향해 새로운 항해를 계속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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