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무용인들이여 힘내시라
충북의 무용인들이여 힘내시라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2.11.13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무용은 시(詩), 가(歌), 화(畵)와 함께 문화예술의 4대 뿌리요 뼈대이다. 인간이 무리지어 살면서 흥이 나면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렸다. 특히 무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천의식의 대미를 장식한 신성이 서린 예술이기도 하다.

현대무용은 인간의 희로애락과 인류가 축구하는 진선미를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표현하는 몸짓예술이며 무대예술이다. 춤사위를 보라. 몸으로 하는 예술이니 가장 순수하고 진실하며 아름답지 않은가 독무든 군무든 무용가들은 무대 위에서 관중에게 감동과 여운을 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이처럼 무용도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위한 몸부림과 현대인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위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예술장르 중에서 무용과 무용시장이 가장 위기에 처해있다. 무용의 3요소도 무용인· 무대· 관객일진데 이 모두가 빈사상태에 놓여있다.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가 무용인 양성의 문제다.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에 무용선생님이 설자리가 없으니 기초교육이 될 리 없다. 7∼80년대에 시중에 사교육을 담당하던 무용학원이 언제부터인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무도학원이나 스포츠댄스 학원이 들어서 있다. 대학들도 무용과를 폐과하고 있으니 무용인의 저변이 쇠락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돈벌이도 시원찮고 현역기간도 짧은 무용을 학부모들이 선호하지 않는데 기인한다.

둘째 무대의 문제다. 무용인들에게 무대는 그들의 예술혼을 발휘하고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다. 그런데 무용인 전용무대도 없고 연습할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청주예술의전당을 대관하여 일 년에 3∼4회 공연하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이벤트사의 대중공연에 자리를 뺏겨 녹녹하지 않다.

셋째 관객의 문제다. 대중가수 싸이나 조용필이 오면 구름관중이 몰려드나 순수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무용공연에는 발품을 팔아도 객석을 채울 수가 없다. 그러니 관중의 박수를 먹고사는 무용인들은 어깨가 처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용계의 영세성이다. 창작무용 한편을 무대에 올리려면 상당한 돈이 소요된다. 대관료에 무대의상비, 무대설치비, 배경음악비, 프로그램 인쇄비, 연습장 사용료 등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천만 원은 든다. 도나 시·군으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은 턱없이 모자라 호주머니를 털어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11월 9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의미 있는 무용공연이 있었다. 대한민국 무용제에서 충북 대표팀으로 참가해 은상을 수상한 성민주 무용단의 ‘대문’이다. 국보1호인 남대문 화재사건을 다룬 수준 높은 대작이어서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본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이동규 충북무용협회장을 비롯한 무용인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이를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앵콜공연을 지원한 한범덕 청주시장과 쟁쟁한 시·도와 겨루어 충북무용의 저력을 보여준 성민주 안무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청주는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태두인 송범 선생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고장이지만 충북의 무용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위기에 처한 충북무용 살리기에 모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도민들이 응원을 보내야 한다.

그리하면 어깨처진 무용인들이 신바람 나서 아름다운 춤사위를 마음껏 펼치며 청주를 무용의 성지로 거듭나게 하리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