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탈피 팔순 할머니들 시집 출간
‘까막눈’ 탈피 팔순 할머니들 시집 출간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11.12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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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전경임씨 등 23명
정지용을 탄생시킨 시 고을 옥천에서 팔순 할머니들이 시집을 내서 화제다.

옥천군 안내면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 학교(할머니 글방)’에서 뒤늦게 한글을 깨우친 23명의 할머니들은 최근 시집 ‘날보고 시를 쓰라고’(문학공원 출간, 206쪽)를 펴냈다. 

할머니들은 지난 4월 학교로 찾아 온 문화예술교육사랑방 황순예 대표(시인)의 지도로 시를 짓기 시작해 6개월 만에 시집을 내는 열정을 보였다.

평균연령이 79.2세에 달하는 할머니들은 수록된 127편의 시를 통해 글을 배우는 과정의 즐거움과 일상적인 삶의 애환을 투박하지만 솔직 담백한 언어로 그려냈다.

전경임 할머니(84)는 시집의 타이틀인 ‘날보고 시를 쓰라고’에서 “때 맞춰 서방님 약 챙겨주고/ 밥도 차려줘야지/ 모 심으려면 물도 대야 하고 깻구멍도 뚫어야 하는디/ 흙얹고 김매는 게 낮지/ 날보고 시를 쓰라고”라며 가사와 농사에 시달리는 일상의 고달픔 속에서도 한 줄의 시를 쓰기위해 스스로를 다짐하는 처연한 의지를 담아냈다.

이홍여 할머니는 ‘고마워유’라는 시에서 “고마워유/ 못 배워 애태우던 공부/ 갖고 싶던 졸업장/ 나이 74세 소원 풀었네요/ 대한독립 만세가 절로 나오네요”라며 까막눈을 탈피한 감회를 ‘독립의 기쁨’에 비유했다.

문학평론가 김순진씨는 서문에서 “동시 수준의 책을 냈거니 생각했다가 원고를 받고나서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며 “젊은 시인에 뒤떨어지지않는 시의 완성도에 놀랐고 순수하고 솔직한 필체가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고 평했다.

할머니들을 지도한 황 대표는 “여인의 삶을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눈물과 아픔과 가슴을 울리며 써내려간 시가 찬란한 삶의 통증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글을 배운 ‘행복한 학교’는 2003년 문맹의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돼 현재 70명이 등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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