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교사발언대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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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명의 꼬마 요정
오창초유리분교병설유치원 교사 장미정

오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우리 유치원은 교정에 많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사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향긋한 풀내음과 지저귀는 새소리, 울긋불긋 곱게 핀 꽃들을 보며 방학을 하루 앞둔 오늘 아침도 난 여섯 명의 귀여운 꼬마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노란버스가 교문에 도착한다. 금세 함박웃음을 머금은 꼬마 천사들이 쪼르르 넓은 운동장을 뛰어오며 목이 터져라 외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래 어서 와, 현경아. 아침밥은 먹고 왔니 아픈 건 괜찮니 어디 보자."

"선생님, 나 이제 안 아프다요! 다 나았다요!"

"그래 어젯밤에 나쁜 병균하고 싸워 현경이가 이겼구나 잘했다!"

나의 귀여운 악동들과의 하루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아이들은 요즘 새로 산 자석놀이 교구에 흠뻑 빠져 좋아하는 간식 시간도 뒤로 미뤄 달라며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처음엔 색깔별로 맞추기, 동그라미 세모 네모팽이 만들기 등 단순한 놀이를 즐기더니 지금은 내가 놀랄 정도로 재미있고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교사로서 커다란 즐거움이다. 그런데 방학을 앞둔 어느 날, 재밌고 소중한 자석놀이 교구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흰색 자석 하나가 없어진 것이다. 정리판이 색깔별로 되어 있어 한 개만 없어져도 금세 알 수가 있다.

"얘들아! 흰색 자석 하나가 없어졌구나."

내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우리 유치원은 난리가 났다. 교구장 아래와 TV 받침대 밑을 파리채로 휘휘 저어보는가 하면, 50 길이로 자석을 연결하여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넣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구부렸다 엎드렸다 분주하게 수선을 떨고 다닌다. 제법이다.

"너희들 못 찾으면 오늘은 자석놀이 못하게 한다."

짐짓 화난 얼굴을 해 본다. 때 아닌 선생님의 협박()에 겁이 났을까 현호가,

"선생님! 내일은 우리가 꼭 찾을게요. 자석이 우리랑 숨바꼭질 하나 봐요. 우리가 '오늘은 못 찾겠다 나오너라' 했거든요. 그러니까 내일은 나올 거예요."

예전에도 없어진 놀잇감을 구석진 곳에서 찾아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그렇게 걱정하는 기색도 없이 천진난만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날 아침, 자유선택 활동 시간에 지성이와 물고기 패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석호가 한 손에 무언가를 쥔 채 밝은 표정으로 다가온다.

"선생님, 흰색 자석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아니. 아직 못 찾았잖아, 석호야."

"레고 블록 받침대에 붙어서 숨어 있었어요."

"어머! 석호, 굉장한 걸. 레고 받침대가 쇠로 만들어진 거여서 거기에 붙어 숨어 있었구나."

석호의 자신만만함과 천진난만함에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반의 자석 분실 사건은 석호의 기막힌 주위 관찰력으로 인해 해결되었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들이, 작은 것 같지만 큰 깨달음이 있는 유치원으로,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려오는 아이들이 내게는 정말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얘들아! 알고 있니 행복한 놀이터에서 맑고 고운 꿈을 키우는 여섯 명의 꼬마 요정들이 있어서 선생님이 얼마나 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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