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라이프>"글에 희망 담아 아픔 치유"
<여성&라이프>"글에 희망 담아 아픔 치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1.06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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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1인1책 강사 반숭례
시각장애인들 글쓰기 지도

무지개도서관 감사패 전달

강사 직업 보람·행복 느껴

매년 10월 15일은 세계맹인연합회가 제정한 ‘흰 지팡이의 날’이다.

시각장애인이 활동하는데 보조기구로 사용되고 있는 지팡이는 현대에 들어와서 흰 지팡이로 상징화되었다. 올해는 제 33회 흰 지팡이의 날이다. 사회 굵직한 사안에 밀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날로 친선과 화합을 도모하고 사회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수필가 반숭례씨는 충북사회복지관 내 무지개 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아픔을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그들의 손이 되고 눈이 되어 준다.

“글쓰기는 쓰는 작업이라 시각장애인들에게 글을 가르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죠. 그래도 글쓰기를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분들은 대부분 후천적 장애로 앞을 못보는 분들이라 글에 대한 열정이 큽니다. 무엇보다 그분들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 중에는 20대에 갑자기 시력을 잃은 분도 있고, 사고로 앞을 못보는 분들도 있다. 좌절감에 세상에 문을 닫고 살았던 그들이 글로 아픔을 치유하며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쓸이야기가 얼마나 많겠어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도, 가족들에 대한 마음도 그렇고, 상상력도 무궁무진해요. 그런데 도와줄 사람이 없어요. 시각장애인들이다 보니 이야기를 하면 글을 누가 대신 써줘야 하기도 하고, 점자로 쓰면 다시 일반어로 바꿔야 하는 과정이니 몇번의 손이 가야합니다.”

가르치는 것도 두세배의 정성이 필요한데 반 작가는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슴으로 쓰라’고 주문하면서 아픔을 극복해가고 있는 삶의 감동을 책으로 만들어 전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강생 1명의 글을 작품집으로 출간할 수 있게 도운 그녀는 지난 6일 무지개도서관에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책을 내길 원하지만 과정이 힘들어서 1년에 한분만 책을 내는 것으로 정했어요. 책을 내고 행복해하는 분들을 보면 보람있죠. 특히 가족분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글쓰기 강사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반 작가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사람의 색깔이 다양하다지만 어찌 그리 사연들이 구구절절한지 인생공부를 하게 된다고 한다.

“사연없는 분들이 없죠. 일반사람들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니까요.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고 있어요. 나를 되돌아보고 겸손해지려고 하고요.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크지만 내 인생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체력이 문제지만 시각장애인들이 1년에 한권의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반숭례 작가는 상당도서관 1인1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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