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산책길에서
  • 이진순 <수필가>
  • 승인 2012.11.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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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진순 <수필가>

새벽 5시만 되면 산책을 나선다.

어두컴컴한 새벽 남편의 손을 잡고 무심천변을 따라 걷다가 문암 생태 공원으로 들어선다. 저기압 권에 드는 날은 무심천 변에서 느끼지 못했던 악취가 숨쉬기 곤란 할 만큼 코를 찌른다.

화장실 시설이 잘 갖춰진 탓으로 한참을 걷다가 공원을 찾게 되는데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땅 속에서는 정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뚝우뚝 심겨진 나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공원이라면 푹은 함이 있고 싱그러워야 되지만 아직도 공원의 면모를 갖추려면 오랜 기다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래도 갈 곳이 없는 시민들은 토요일이면 삼겹살과 도시락을 챙겨 삼삼오오 모여 든다. 교통이 불편하고 주차 시설이 미비한 탓으로 도로를 점령 할 만큼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아마도 이곳을 찾는 이들은 서민들이 아닌가 싶다.

시에서는 따뜻한 배려로 꽃이라도 아름답게 심어 볼거리라도 제공 해주면 좋으련만 초라한 화분에 배배 말라 비틀어져가는 모습은 마치 삶에 지친 접대부의 수세미 같이 엉겨 붙은 머리카락을 보는 것 같다.

교통도 불편한 이곳까지 찾아주는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청주시에서는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될 일이련만 소외된 고아나 홀로 사는 노인 들을 보는 것 같다.

망가져 버린 수도꼭지에선 물이 줄줄 흐르고 있고 공원 주변 다리 밑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는 악취가 풍긴다. 햇볕을 피할 그늘하나 제대로 없는 곳을 쉴 곳이라고 찾아오는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는 언제쯤 조성 될는지….

차라리 제대로 된 관리가 힘들면 처음 주민들에게 달콤한 말로 쓰레기 매립을 허락 해 달라고 할 때처럼 강서2동 주민들과 힘을 합하여 제대로 된 공원 만들기 사업과 새롭게 태어난 공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신나고 재미나는 볼거리 문화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 안타깝다. 시는 주민을 배려하는 행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먼 훗날 아름다운 공원에서 뿔뿔이 흩어져 떠나버린 자식들이 돌아와 잘 살 수 있는 강서2동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그동안 희생한 오지마을에 쨍하고 해 뜨는 행정이 이루어지길 간절하게 염원 한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타락해 가는 공원이 되어선 안 될 일이기에 죽어가는 나무들의 모습이 마치 그동안 우리들의 살아온 삶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

자욱한 안개가 걷히고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꾸는 희망을 설계하고 붉고 아름답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곳 문암 생태 공원이 있는 주변마을 주민들은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간절한 소망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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