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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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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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의 단초 도시생태 현황도
신제인 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원흥이 두꺼비'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청주시 산남3지구 택지개발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 중에 "왜 환경단체는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는냐", "개발계획이 세워지기 전에 그런 문제들을 사전에 제기했어야 한다.", "생태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곳을 조금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등이 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일리있는 지적이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경과 관련된 절차는 '사전환경성 검토'나 '환경영향평가' 등이 있는데 이들은 개발을 전제로 한 작업이기에 근본적인 생태보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발주체들은 환경에 대한 검토를 전문가들에게 의뢰하고, 전문가들은 간헐적이고 피상적인 조사로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개발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으로는 생태적으로 가치가 있는 지역을 지켜낸다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동식물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가를 평소에 파악하고 있어야 어떠한 개발계획이 세워지더라도 그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사전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태현황에 대한 파악이 단순히 알고 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 보존의 중요한 기준과 근거로 활용되는 과정으로 삼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청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주시 도시생태현황도 구축사업'이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생태현황도'는 말 그대로 그 도시의 생태현황을 나타내는 지도를 말한다. 흔히 '비오톱맵'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비오톱'이란 독일어로 생물을 뜻하는 '비오'(Bio)와 장소를 뜻하는 '톱'(Tope)의 합성어로, 야생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 가능한 생태계 환경을 의미한다.

최근 의미가 확대돼 도시와 지역의 각종 생물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의 보전·조성활동 또는 그 장소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즉 비오톱은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숲, 가로수, 습지, 하천, 화단 등 도심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공물이나 자연물로 지역 생태계 향상에 기여하는 작은 생물서식공간이다. 그래서 도심 곳곳에 만들어지는 비오톱은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므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도시생태현황도'를 만드는데 꼭 염두해 두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청주시에서는 서울과 성남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도시생태현황도 구축이 마무리 되는 2008년부터는 도시계획 및 각종 개발사업에 널리 활용돼 도시의 물리적인 환경이 개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이 도시생태현황도가 개발의 정당성에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생태현황도 작성을 위한 조사와 제작을 먼저 진행한 곳들에서 나오고 있는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즉 전문가는 종합적인 해석과 평가에 집중하고, 생태지도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자료의 수집은 가능한 주민들이 맡는 것이 좋다고 한 점인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자료구축 과정에 참여할수록 자료의 신뢰성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중요한 생태적 자산에 대한 인식이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지도를 만든 목적이 바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의 훼손을 막을 근거를 마련하고, 개발하더라도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은 비껴가게 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또한 생태지도는 한 번 만드는 것보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전문가들이 참여해 고치고 발전시켜나가는 이후 과정이 더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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