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0.31 2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읽는 세상
맹문재

흔들릴 때마다 마을이 가렸다 보인다
산등성이 닫혔다 열린다
손짓이랄 수도 있는 몸짓
있던 자리는 여백이지만 있는 자리는 마냥 푸르다
뿌리마저 흔들려 엉성한 까치집도 기왓장처럼
단단하다
바위를 흔드는 바람에도 부풀어 오르지 않고
낙엽 번지는 소리 조용히 품는다

◈ 거리마다 겨울을 준비하는 몸짓으로 분주하다. 노랗게 떨어지는 은행나무잎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따스하고, 도열한 느티나무는 형형색색 제 빛으로 물들어 삭막한 도시에 수채화를 그려넣는다. 바람이 불고 떨어진 낙엽이 자동차 바퀴따라 차르르 튀어오르는, 세상이 온통 가을연못이다. 내려 놓을 수록 엉성한 하늘이 나뭇가지에 걸쳐 성큼 멀어지는 계절. 가을숲에 들어 열렸다 닫히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