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기력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10.3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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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실험 1= 심리학자 셀리그만(M. Seligman)은 스물네 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밀폐된 우리에 넣고 전기충격을 주었다. A집단의 개에게는 코로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 충격이 멈출 수 있게 했다.

B집단은 몸을 묶어 놓아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게 했다. C집단은 우리 안에 있었으나 전기 충격을 주지 않았다. 실험 24시간 후 이들 세 집단 모두를 다른 우리에 옮겨 놓고 전기 충격을 주었다. 우리 중앙에 낮은 담이 있어 담을 넘으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게 하였다.

◇ 실험 2= 아기 코끼리를 작은 나무에 묶어 놓는다. 처음 줄에 묶인 아기 코끼리는 묶인 줄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힘이 모자라 벗어 날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코끼리는 자라나서 줄을 끊을 힘이 생겼다(어른 코끼리는 12톤의 짐을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어른 코끼리는 줄을 끊었을까?

◇ 실험 3= 대학생 24명을 세 집단으로 나눈다. A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해결가능한 수학 문제들을 주고, B집단에게는 해결 불가능한 수학문제를 준다. 그리고 C집단에게는 아무런 문제를 주지 않는다. 그 다음에 모든 집단에게 크고 불쾌한 소음을 들려준다. 소음을 피하려면 조그만 조작 장치를 작동하면 된다. 각 집단은 소음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하였을까?

‘실험 1’에서 B집단의 개들(몸을 묶어 놓아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게 만듬)중 70%인 6마리의 개들은 전기충격이 주어지자 피하려 하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않아 낑낑대며 전기충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험 2’의 어른 코끼리는 여전히 작은 줄에 묶여 있다. 심지어 줄을 끊어 놓아도 코끼리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실험 3’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를 받은 ‘집단 A’와 아무 문제를 받지 않은 ‘집단 C’의 피해자들은 모두 소음을 피하는 방법을 금방 깨우쳐 소음을 피하였다. 그러나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받은 ‘집단 B‘의 피험자들은 어떠한 시도를 하지 않았고 수동적으로 소음을 받았다.

셀리그만은 이러한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라 불렀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력감을 학습하고 통제력을 상실함으로써 절망에 빠져버린 것이다. 무기력도 학습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은 개와 코끼리의 정신질환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통제력이 없는 상황에 오랜 기간 처하면 누구나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차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도 스스로 차를 운전하면 멀미를 하지 않지만,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를 한다. 차가 언제 가고 언제 서는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이 그저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움직이는 차에 대한 통제력(controllability)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스스로 제어할 수 없었던 아프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PTSD(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던 아이들의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만의 ‘학습된 무기력’이 있을 수 있다.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는 길은 ‘통제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일에 쫄지 않게 해야 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뭔가는 내지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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