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뒤집어서 바라보면 차기 대통령이 보인다
그들을 뒤집어서 바라보면 차기 대통령이 보인다
  • 변혜선 공간연구부장 <충북발전연구원>
  • 승인 2012.10.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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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혜선 공간연구부장 <충북발전연구원>

이것도 사대(事大)적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바마와 롬니가 펼치는 미국 대선전은 부럽기까지 하다. 그들의 막힘없는 언변과 논리, 그리고 공방을 벌일 땐 거침없이 들이대면서도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심으로 돌아가는 ‘페어플레이’가 우선 그렇다. 틈만 나면 여지없이 터져 나오는 그들의 넘쳐나는 유머 역시 우리에겐 심한 갈증으로 다가온다.

막상 우리의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후보들의 면면, 아니 그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오로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와 이미지만으로 서로 대통령을 하겠다고 난리다. 그들의 국정철학이나 정치력, 하다못해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의지와 체력은 과연 있는지조차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어느 매체에서 지적한 것처럼 ‘겉포장만 보고 투표해야 하는 가식의 선거, 깜깜이 선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우리로선, 어차피 후보들의 진면목을 접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그들의 흠, 이른바 약점을 들춰내 그러지 않을 것 같은 대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실패하면 안 된다는 역사적(?) 당위성에서도 그렇다.

인혁당 사건이나 정수장학회 파문을 들여다보면 박근혜는 여전히 수첩공주라는 프레임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아예 바비인형의 포스를 보는 것 같다. 정치적 문제에 선제적이지 못할뿐더러 너무 경직돼 있다. 오로지 자기 틀에 갇혀 옳고 그름을 재단한다.

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원칙과 신뢰는 그가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 오히려 최고 걸림돌이 될 판이다. 정치에선 원칙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유연성이다. 오죽하면 정치를 생물이라고 했겠는가. 박근혜 식이라면 정적(政敵)은 오로지 없어져야 할 적으로만 남게 되고, 천하의 망나니 북한과는 상종도 못하게 된다. 이미 퇴물이 된 김종인 한광옥 안대희를 불러 놓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처사 또한 박근혜의 꽉막힌 세계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초 지인들로부터 전혀 정치할 사람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문재인은 역시 권력의지가 약하다. 그는 박근혜가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도, 혹은 안철수가 툭 툭 한마디를 던질 때도 “좋아요”만 연발했다. 이래서는 노무현의 문고리 집사라는 족쇄를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적어도 국가의 리더가 되겠다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 아니라 선을 그을 때는 분명히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박근혜의 봉하마을 방문에 앞서 문재인은 이명박 정권의 권력살인과 사법살인에 대한 입장과 사과부터 물었어야 했다. 이리저리 피하다가 지지자들에게 떠밀려 대권까지 넘보게 된 마당이라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좀 더 확실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는 과거 서부개척시대의 서로 죽이고 빼앗는 ‘응징의 문화’, 좋게 말해 정리할 건 분명하게 정리하는 이른바 프런티어 정신이 큰 몫 했음을 문재인은 체득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의 최대 약점은 정당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가 세상을 너무 시혜(施惠)와 수혜(受惠)적 관계로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정치와 통치는 그가 기업가로서 주변에 베풀었던 것처럼 뭘 해주고, 준다고 해서 만사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안철수의 논리는 맘에 안 들면 없애면 되고, 말을 안 들으면 쫓아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정작 우리의 걱정은 이러한 안철수가 승냥이들이 설치는 정치판에서 과연 배겨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 스스로는 기존의 정치가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주창하지만 되레 그 기득권에 휘말려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조바심이 먼저 난다. 그의 캠프가 어느덧 방대해졌기에 자칫하다간 본의 아니게 빼도 박도 못하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빛이 없고 초점이 약한 것도 세간의 얘깃거리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어리버리’라는 피켓 봉변을 당한 이유도 바로 정치의 치열함과 투쟁성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부잣집 아들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은 이러한 약점을 조금이라도 더 보완할 수 있는 후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이를 찾아 나서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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