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나의 아이디어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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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세강 <수필가>
  • 승인 2012.10.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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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허세강 <수필가>

나는 올해 1월부터 월 2회(두째, 넷째 월요일), 충청타임즈의 ‘마음가는 대로, 붓가는 대로’에 고정칼럼을 쓰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졸작을 읽어 주시는 독자께 한없이 감사하다.

내가 전문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그렇다고 학창시절 문학에 소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글이라고 써본 것이 있었다면 국군장병위문편지가 몇 번 있었을까? 그런 내가 수필이란 것을 쓰게 된 동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직장상사께서 해주신 따뜻한 칭찬한마디 때문이었다.

제천교육청관리과 서무계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1995년 5월 어느 날 교육장님께서 나를 호출하셨다.

“아까 과장님한테 들었는데 어제 석전대제의 축사를 허계장이 썼다면서?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골라서 그렇게 잘 썼지, 정말 대단해”라고 치사를 하셨다.

그리곤 책상위의 공문을 집어 보여주시며 “공무원 건강관리공단에서 건강수기를 공모하는데 한편 써서 공모해봐. 허 계장 능력이면 충분히 당선될꺼야. 내가 장담해”라고 하셨다. “수기란 것은 써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해요. 자신 없는데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교육장님께서 “이 사람,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이것은 나의 명령이야”라고 나무라시며 공문을 나에게 맡겼다.

하늘이 노랗고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소재로 A4용지 8~10매를 채운단 말인가? 그렇다고 교육장님의 분부를 거역할 수도 없고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온통 그 생각과 걱정이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라는 믿음을 갖고 이른 아침 1시간동안 향교 뒷산을 걸으며 이리 궁리 저리 생각하며 찾고 또 찾았다. 사람이 죽으란 법이 없듯이 어찌어찌하여 2년전 교통사고로 다친 후 건강을 회복한 것을 소재로 하여 ‘연등에 불을 밝히며’라는 제목의 건강생활수기 A4 8매를 탈고해 제출하였다. 아울러 운이 좋았던지 나의 글은 총 286편중 당선작 15편중에 들게 되어 동상을 받았다. 이로 인해 나는 수필가라는 어울리지 않는 칭호를 얻게 되고 틈틈이 습작을 해왔다. 어떻게 아셨는지 지난해 말 신문사에서 나에게 칼럼연재를 부탁했다. 나는 펄쩍 뛰면서 내가 쓰는 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준인데 다른 훌륭한 분을 물색하시라며 사양했다. 그랬더니 “회사에서는 이미 부장님으로 결정하였으니 그렇게 아시고 1월8일까지 원고를 제출해 주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예전에 교육장님의 말씀과 같았고, 똑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요즘 열심히 등산을 하고 있으니 산 중에 그 때처럼 좋은 소재나 아이디어 떠오르겠지. 사실 걷다보면 머리도 맑아지고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은 걷는 것이 사색과 명상의 필수라고 해서 이들을 소요학파(逍遙學派)라고 부르지 않는가!

오늘도 하소리 뒷산을 한 바퀴 소요하면서 이것저것 구상을 해봤다. 큰 소득은 없었지만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상앞에 앉아 메모장에 정리했다. 아내가 땀냄새가 집안을 진동하는데 빨리 샤워하지 않고 뭐하느냐고 성화가 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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