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자의 죽음 … 미스터리 …서서히 드러나는 그늘과 음모
한 기자의 죽음 … 미스터리 …서서히 드러나는 그늘과 음모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0.18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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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출신 고광률 작가 장편소설 '오래된 뿔' 출간
올해의 '호서문학상' 수상작… 추리소설 기법 사용

1980년부터 2004년까지의 파란 많은 한국 현대사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고광률 작가의 장편소설 '오래된 뿔'(전2권)이 출간됐다.

고광률 작가는 충북 청주 출생으로 대전대 신문방송팀에서 23년간 상임편집국장(팀장)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교육개발운영팀장이다.

이 소설은 한 기자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로 들여다본 우리 현대사의 거대한 벽화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한 기자가 깡패의 칼에 찔려 죽는다. 과연 누가 그의 죽음을 사주했을까 작품은 정의를 추구하지만 나약하며 영특하지도 못한 더딘 발자취를 따라 다초점 렌즈를 들이댄 듯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다각적인 관점이 거대한 벽화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이 모여 양파껍질 같은 복합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가 한 꺼풀씩 벗겨지며 서서히 권력의 그늘과 음모가 드러난다.

죽은 자가 남긴 금고열쇠와 결승문자로 남긴 암호의 행방을 찾아 나서며 추리소설의 급박한 호흡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점차 기억의 역류를 타고 5월 광주와 6월 항쟁의 현대사를 파노라마처럼 재현한다.

올해의 '호서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의문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등장인물의 기억에 따라 뒤죽박죽 섞여 있다. 독자는 이렇게 섞여 있는 스토리를 퍼즐처럼 꿰맞추며 읽어나간다.

소설은 5.18 광주로부터 최근 30여 년간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그간 단편적으로 5.18민주화운동 등을 그려온 작품은 있었으나, 우리 현대사를 유기적 연결고리로 꿰뚫으면서 통시적으로 구현해 낸 작품은 처음이다.

이 소설에서 손을 떼기 힘든 더 큰 매력은 현대사를 흡입력 있고도 재미있게, 그리고 가슴 뭉클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5.18이니, 6.29니 하는 무거운 역사적 소재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추리소설 기법을 접목했다. 또 등장인물들의 기억을 끼워 맞춰 나감으로써 점차 사건의 비밀이 풀리도록 설정했다.

고광률 작가는 2004년 초고를 집필하고, 8여 년간 방대한 자료조사와 수정을 거듭한 끝에 작품을 완성했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대중소설 기법을 차용해 현대사를 문학적으로 맛깔나게 요리하고, 그 안에 '우리 시대의 지배권력 메커니즘과 그 속에 담긴 부조리'라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을 작품의 중심에 놓고 주인공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역사의 질곡 속에서 우리가 버린 '뿔'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흥미로운 구성과 치열한 필치로, 현대사의 한 장(章)을 시대의 가슴을 관통하는 재미있고 묵직한 역사 미스터리로 날렵하게 변주하고 있는 <오래된 뿔>. 역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소설적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우리 시대의 문제작이다.

단편소설 <어둠의 끝>으로 등단한 작가는 저서로 17인 신작 소설집 <아버지의 나라>(1991)에 <통증>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소설집으로 <어떤 복수>(2002),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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