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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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0.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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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시영

심심했던지 재두루미가 후다닥 튀어 올라
푸른 하늘을 느릿느릿 헤엄쳐간다
그 옆의 콩꼬투리가 배시시 웃다가 그만
잘 여문 콩알을 우수수 쏟아놓는다

그 밑의 미꾸라지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봇도랑에 하얀 배를 마구 내놓고 통통거린다
먼길을 가던 농부가 자기 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가을 들녘에 서면 눈부터 배가 불러옵니다. 내 것이 아니어도 넉넉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자연도 그런가봅니다. 톡, 톡 씨앗들의 소란스런 장난에 가을이 저만치 멀어졌다가, 새들의 느린 날갯짓에 이만큼 다가섭니다. 우당탕탕 유쾌한 가을 축제가 논둑에서 물가에서 들길에서 색색으로 펼쳐집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가을은 그렇게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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