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10.03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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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준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 지리산 둘레길로 가을맞이에 나섰습니다. 파란하늘과 뭉게구름, 넉넉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꼬불탕 이어진 둥구잿길은 화장기 없는 여인처럼 풋풋합니다. 이따금 논둑길에서 마주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인사도, 지리산이 아름다워 터를 잡았다는 아저씨의 구수한 사투리도, 발길마다 따라붙는 구절초 하얀꽃빛도 징하도록 정겹습니다. 만나는 것마다 그리움이 성큼다가옵니다. 이 가을, 사람이 그립다면 비우면서 채워가는 들길로 떠나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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