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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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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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노조라고 탓하기 전에 (2)
동생을 본 첫째 아이의 심술이 날로 늘어간다. 동생이 생기고 나면 으레 심술이 늘어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바, 오히려 내 눈앞에서 그것을 확인시켜주는 첫째 아이의 심술을 볼라치면 오히려 그 심술이 더 귀엽게 느껴진다. 며칠전, 어린이집 선생님 면담을 다녀온 아이 엄마가 아이 선생님과의 대화의 일부분을 들려주었다.

큰 아이가 선생님에게 얘기하기를 "저는 요, 예전엔 착한 아이였는데 요즘은 말썽꾸러기가 됐어요. 저는 요, 네살때까진 사랑을 받았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그래서 전 말썽꾸러기에요. 엄마, 아빠가 혼내주는 것도 하나도 안 무서워요"라며 말했단다. 나는 이런 큰 아이한테 "아이구, 우리 찬밥덩어리"라고 놀려댔다. 하여튼 이 녀석은 동생에게 쏠려진 것 같은 부모의 무관심에 대해서 "말썽 꾸러기가 됐어요"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이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을 시작하고 난 뒤에 우리 민주노총 홈페이지는 온통 비난글로 도배가 되었다. 대부분은 특정된 누군가에 의해 반복적으로 올려진 글들이었다. (나는 이렇게 확신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엄청난 선동문구였는데, "월급 400만원 받는 놈들이." 이런식으로 시작되는 글들이다. 이런 글들에 대해 뜸하게 댓글이 달리는데 "월급 400만원이면 연본 4800이나 되는데, 실제 우리연봉은 2000만원 안팎이에요"라고 애닳게 호소하는데 상대방은 듣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우리 노동조합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건설노동자'라고 호칭하지만, 사회 주류의 호칭은 '노가다'이고, '김과장, 박선생'이 아니라 '김씨, 박씨'로 불리우는 사람들이다. 이런 김씨, 박씨들이 포스코를 점거하게 된 실상에 대해서 이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포스코가 공사 발주를 하면 7에서 8차례 하도급 단계를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차떼고 포떼고 하면 노동자들에게 남는건 쥐꼬리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한 건설현장의 하도급단계를 시정해달라고 파업을 하는데, 포스코가 대체 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시켰다.

이건 엄연한 불법행위다. 그래서 항의하다 우발적으로 포스코 1층과 2층 로비에서 농성을 했는데, 경찰력이 투입돼 5층 이상 전체건물로 들어갔고, 그것이 장기화된 것 뿐이다. 봐라, 우리가 계획적이었다고 보라, 로비농성 후에 빵과 생수등 물품을 구입한 영수증이 있지 않는가. 거기다 우리는 경찰에 맞아 조합원이 뇌사상태에 빠졌다. 흥분 안할수 있는가."

뒤늦게 총리가 나서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을 차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은 이들의 볼멘 목소리는 완전히 차단하고 폭도로 만들었다.

다시 스스로 말썽꾸러기가 됐다는 아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하는 아이를 혼내야 할까. 아니면 왜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돌어봐야 할까. 답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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